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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an 26. 2023

사진을 찍지 말고 사진 속으로 들어가라

#수저론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 #엄친아 #입시 비리

한때 수저 계급론이 유행하면서 왜 하필 흙수저로 태어나서 힘들고 구질구질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이 살아지는 게 힘들다는 뜻이죠. 물론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합니다. 전적으로 부모들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죠. 사실 흙수저의 삶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와는 다소 멀어 보입니다.


'엄친아'라는 신조어의 등장이 수저론의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습니다. 집도 잘 살고, 얼굴도 잘 생기고, 게다가 공부와 성격까지 좋으니 태생이 불우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더 큰 자괴감을 느끼게 된 것이죠. 한때 자녀의 성공에 있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3대 성공 요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면서 오히려 아빠의 역할과 관심이 자녀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새롭게 밝혀졌죠. 요즘 학원 입시설명회에 가면 10명 중 7명이 아빠란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흙수저로 태어난 것에 불만을 가지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유명인이 있습니다. 바로 빌 게이츠죠. 그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라는 모진 말을 했습니다. 물론 성공한 기업가인 그가 충분히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선택과 자유의지에 따라 충분히 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성공한 유튜버들도 이러한 말에 신빙성을 더해 줍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20대가 해야 할 일은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사진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삶의 주인공인 피사체가 되어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직접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출처 : PIxabay


인생에는 '변곡점(turning point)', 다른 말로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맞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티핑 포인트는 그로진스(Morton Grodzins)가 1957년 '화이트 플라이트' 연구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특정 지역에 새로운 인종들이 오면 기존의 인종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결과를 발표했죠. 실제로 1960년대 일부 지역에서 흑인들의 이주가 증가하면서 '백인들의 이주 현상(White flight)'이 급증하게 되는데 이를 티핑 포인트라고 명명했습니다. 화이트 플라이트란 백인 중산층이 유색인종 비율 증가로 인한 범죄 발생을 우려해 거주하던 도심을 떠나 교외로 이주한 현상을 가리킵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티핑 포인트》에서 티핑 포인트란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갑자기 변하고 전염되는 극적인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말로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를 더하면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한정된 자원인 시간, 금전, 노력, 수고 등의 비용 또는 참가비를 꾸준하게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오랜 기간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불투명한 결괏값을 기다리는 바보짓을 하길 꺼려 합니다.


티핑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죠.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쓴 유대인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의 생존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심리치료 기법 '로고테라피(logotherapy, 의미 치료)' 이론을 창시했습니다. 참고로 '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입니다.


그는 극한의 죽음의 공포가 만연해있는 아우슈비츠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자기 자신과 다른 수감자들을 관찰했습니다. 삶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종교에 의지하거나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등의 순간적인 노력을 통해 내면의 공포심을 이겨낸 사람들이 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체념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생겼죠. 하지만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 어떤 혹독한 상황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겁니다.


안질, 두통, 위경련 등 평생 동안 그의 삶을 괴롭혔던 온갖 병마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파티(Amor fati)', 즉 '운명애(運命愛)'란 개념을 주창한 니체도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참고 견딜 수 있다(If we possess a why of life we can put up with almost anyhow)"라는 말로 인생의 의미를 갖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말이죠.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사람은 어느 정도 정신적 긴장이 있을 때 삶의 시련을 극복하고 삶의 성취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극한의 삶의 고통을 주는 자극에도 반응과의 공간을 선택할 자유 의지를 가짐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선택의 자유는 누구도 뺏어갈 수 없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고 갖는다는 건 삶의 통제권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로고테라피 이론에 따르면 삶의 의미를 찾는데 성공하면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삶의 의미가 역경을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꿋꿋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는 또한 삶의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대신 쾌락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들은 순간의 고통을 잊기 위해 끝없이 쾌락을 추구함으로써 심리적 공허감이 더 커지고 의미 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말이죠.


그는 삶의 의미를 물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나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죠. 삶이 나에게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책임질 때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찾은 삶의 의미는 인간의 잠재력을 최고조에 달하게 하고, 그 잠재력은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의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고 말합니다.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고통과 힘겨움이 있더라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살아야 할 이유, 삶의 의미라고 말합니다. 상황을 더 이상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마지막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면 됩니다. 그러면 시야가 확장되고 잠재되어 있는 있는 의미의 전체적인 스펙트럼을 인식하고 볼 수 있게 됩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만약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삶의 의미를 가진 사람에게는 더 이상 수저론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삶의 선택권과 의지를 가지고 그것을 실행하는 책임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자신이 어떤 것을 했을 때 행복하고 즐겁고 만족하는지를 찾아내는 겁니다. 만약 경제적 자유를 쫓아 열심히 노력해 성취했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그건 진정한 삶의 의미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남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데 그것이 타인의 삶에 도움이 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그게 어쩌면 삶의 의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삶의 의미에 대한 다양한 연구 중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이론적 고찰과 임상적 함의(박선영, 권석만)'란 논문을 보면 삶의 의미는 행복과 함께 심리적 안녕감을 경험하는데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말합니다. 안녕감은 '최적의 심리적 기능과 경험'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태어나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죽음이라는 삶의 유한성을 수용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 살아간다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논문은 말합니다.


삶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는 전반적인 삶에 대한 신념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전반적 삶의 의미(global life meaning)'와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의미를 나타내는 '상황 특정적 의미(situational specific meaning)'로 구분합니다. 삶에 대해 신의 뜻에 따르며 이를 전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전반적 삶의 의미'에 해당하며,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삶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상황 특정적 의미'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 둘의 개념은 해석에 따라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람들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몇 가지 결과도 제시합니다. 인간의 뇌는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생존에 대한 필요성으로 인해 인간은 환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생존과 관련된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죠. 동기적 측면으로는 삶의 의미는 삶의 목적이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주고, 삶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해주며, 삶의 효능감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한 삶의 의미는 불안정한 삶에 안정성을 부여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는 인간이 역경이나 불행에 직면했을 때 그 고통에 의미를 부어함으로써 고통에 대처하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으며 고통 가운데서 그 의미를 발견한다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즉 인간은 고통스러운 사건 자체 때문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고통스러운 삶의 상황에서도 고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고통에 더 잘 대처하고 적응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논문은 말합니다.


출처 : Pixabay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자신을 너무 자책하거나 마음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의 의미를 제일 먼저 찾는 일입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현재 우리들이 처한 삶의 역경이나 불행한 환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라도 꾸준하게 바꾸려는 노력과 도전을 함으로써 이전보다 나은 삶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역경이나 고통은 성장을 위한 성장통의 과정일 뿐입니다. 인생을 길게 보면 행복과 성공을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가지고 유의미한 삶을 지속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행복과 성공은 의미 있는 어떤 것을 할 때 선물로 주어지는 부산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그저 해야 할 일들을 성실하고 묵묵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일의 결실은 꾸준함과 일관된 행동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어떤 때는 그것에 무관심함으로써 저절로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겁니다.


골프든 수영이든 야구든 모든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온몸에 힘을 빼는 것이죠. 프로 골퍼들의 말을 빌리면 몸에 힘을 빼야만 원하는 동작과 방향, 비거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쉽고, 부드럽고, 여유로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영의 경우에도 빠르게 헤엄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침내 빨라진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시인 에머슨은 "진정 성공한 삶이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존재했으므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 성공한 삶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께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말고, 사진 속으로 들어가 삶의 역동적인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서 나오는 감동 가스펠입니다. 특정 종교와는 관련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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