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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r 03. 2021

절박함은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파부침추 vs 배수진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윌 스미스와 실제 그의 아들이 주연인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는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의 삶의 애환과 절박함이 잘 그려져 있다.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스토리는 정말 영화 같았던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보는 내내 관람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평소 삶의 무게가 버겁다고 투덜대던 내 감정조차도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주인공인 크리스 가드너는 의료기기인 스캐너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이다. 비싼 스캐너를 한대 팔아야 한 달을 살 수 있다. 못 파는 기간이 늘어나자 불행한 현실에 못 견딘 아내는 집을 나가 버리고, 아들을 포기 못했던 주인공은 스캐너를 팔러 이리저리 다니지만 팔기는커녕 스캐너를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우연히 럭셔리차를 타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따라 들어간 곳은 바로 증권회사였다. 


주식 중개인 인턴 채용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남루한 옷차림으로 면접장을 갔으나 재치 있는 답변으로 최종 합격 통지를 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6개월간 인턴기간 급여는 나오지 않았고, 20명의 경쟁자 중 최종 한 명 만을 합격시키는 적자생존의 세렝게티 속으로 던져지게 된다.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모텔로도 옮기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곧 쫓겨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노숙자 신세가 된다. 하루하루 아들과 잠잘 곳을 걱정해야 하는 삶이 지속되었다.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교회를 향해 매일 뛰어가는 고단한 생활과 별도로 인턴 생활은 더욱 혹독하기만 했다. 


평일에는 증권사에서 전화기를 들고 영업을 했고, 주말에는 스캐너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했다. 자투리 시간에는 시험공부를 했다. 돈이 없고 집이 없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인턴을 합격해야 하는 주인공의 '절박함'은 마침내 그를 최종 1명의 합격자 명단에 올려놓았다. 합격 후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과 아들의 뒷모습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참고로 주인공 라드너 리치는 1987년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아들과 함께 사는 크리스가 '어떻게든 불행한 현실을 벗어나고 말겠다'는 주인공의 '절박함'이 극단적으로 묘사된 영화였고, 영화를 보는 내내 크리스 부자가 하루빨리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바랬던 영화였다.




'절박함'는 사전상 '어떤 일이나 때가 가까이 닥쳐서 몹시 급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 '절박함''어떤 일에 대한 간절한 심정'이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다. 절박함은 모든 일을 할 때 임하는 태도나 자세를 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절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고,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죽을 각오를 하고 일을 할 때 '파부침주의 각오로 한다' 또는 '배수진을 친다'라는 말을 한다.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절박함이라면 어떤 것도 해내지 않을까?


파부침주(破釜沈舟)


초나라 장수 항우는 진나라 군대를 치기 위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병하면서 부하들에게 사흘 치 식량만 챙기고 솥을 모두 깨뜨리라고 명령했다. 항우는 솥이 없어야 가볍게 이동한 후 적을 물리칠 수 있으며, 이긴 뒤 진나라 솥으로 밥을 해 먹으면 된다고 말하고, 장강을 건넌 후 타고 온 배들을 모두 침몰시켰다.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한 병사들은 죽기 살기로 싸워 큰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고 한다. 파부침주(破釜沈舟)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에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하는 것을 이른다.


배수진(背水陣)


한나라 명장인 한신은 조나라의 20만 대군을 맞아 1만 명이라는 적은 병력으로 싸우던 중 기존 병법의 상식을 깨뜨렸다. 큰 강의 등지고 진을 칠만큼 필사적으로 싸움에 임함으로써 적의 대군을 물리쳤다고 하는데 이를 배수진(背水陣)이라고 한다. 이렇듯 배수진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필사적인 각오로 임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파부침주'와 '배수진'의 고사의 핵심은 바로 죽을 각오로 임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고사성어이다.


궁즉통(窮則通)


유학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주역(周易)의 전체를 흐르는 핵심을 궁즉통(窮則通)이라 한다. 이 말은 원래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에서 세 글자를 따서 만든 구절로 ‘어떤 상황이 궁극에 이르면 변화가 일어나고, 상황이 변하면 길이 열리며, 그렇게 통하면 오래간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어떤 상황의 궁극'은 바로 '절박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 어떤 일을 반드시 할 때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 그 강력한 동기 중의 하나가 바로 '절박함'이다. 고로 '절박함'은 실행력을 높이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자고 매번 다짐을 하지만 할 때마다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매번 만들기도 한다. 비가 오면 쓸쓸해서 안 하고, 술을 먹은 후에는 힘들어서 안 하고, 배가 부르면 부르다고 안 한다. 


만약 '암에 걸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얘기를 의사로부터 듣는다면 여러분은 당장 운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또한 '폐암에 걸려 담배를 끊지 않으면 6개월 안에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의사에게 들으면 당장 그날부터 담배를 끊게 될 것이다. 절박한 상황은 절박함을 만들고, 절박함은 실행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가난한 것이 마음의 큰 상처로 남은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서 가난을 탈출하겠다는 절박함은 매우 강력한 실행의 동기가 된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명백히 당신의 잘못이다.'라고 빌 게이츠는 말했다. 이렇듯 절박함이 있고, 그 절박함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처럼 누군가가 나타나 반드시 도움을 준다. 절박함은 시간의 길이보다 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절박함의 가장 큰 동기는 바로 죽음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숙연해지고,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의사결정과 선택의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죽음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동기라고 연설을 통해 강조했다.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살면서 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주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것, 즉 외부의 모든 기대, 모든 자부심, 당혹감이나 실패에 대한 모든 두려움 이런 것들이 죽음 앞에 그냥 떨어져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그는 췌장암 선고를 받은 후 죽음에 직면한 후에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신화를 만들었다.




예전에 난 신입사원 면접 때 면접관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오후 17시쯤 되어가니 오전부터 일찍 진행된 면접 때문에 피로도 많이 쌓이고, 얼른 빨리 끝나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면접 의욕이 땅바닥에 가라앉을 시점에 마지막 조의 면접이 진행되었다. 신입사원의 면접을 하면 사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출하지 않은 한 대개 합격, 불합격의 경계선에서 평가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합격자를 가늠하는 기준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절박함을 가진 면접자인지 아닌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왕이면 의욕도 만땅이고, 절박함을 가진 면접자들을 채용하는 게 장차 회사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마지막 조에 들어온 신입사원 중에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면접의 형태는 구조화 면접(일련의 표준화된 질문들이 모든 지원자들에게 동일한 순서로 적용되는 면접 방식을 일컬음) 위주로 진행을 하는데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외워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연유로 면접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조로 들어온 면접자 한 명이 "마지막으로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손을 들고일어나 "노래 한 곡 부르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답변을 했다.


면접관 모두가 당황했지만 마지막 시간이니 그냥 해 보라고 시켰다. 곡명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는 매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아니 왜 노래를 부르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노래도 잘 못했다. 하지만 노래를 중단시킨 후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한 명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남편 노릇과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만약 저를 정규직으로 뽑아주신다면 이 한 몸 회사를 위해 갈아 넣겠다는 각오로 회사 생활을 해 나가겠습니다"


솔직히 면접은 그다지 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절박함을 가진 친구를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정규직이 도대에 뭐라고 말인가? 면접이 끝난 후 면접관 세 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친구에게 합격 점수를 주었다. 이렇듯 절박함은 면접도 통과하게 만든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와 암환자, 인생의 모든 것을 건 사업, 결사항전의 싸움터, 일생일대의 위기 등의 상황은 바로 절박함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벼랑 끝에 서있는 마음이 바로 절박함이고, 간절함이기 때문이다. 원대한 목표와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결심과 절박함이 동반되어야 한다. 절박감이 없으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생결단의 의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절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뭔가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할 때는 '파부침주'와 '배수진'의 태도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한한 인생은 무상하고, 덧없이 지나가게 되며, 늙음과 죽음 앞에서 늘 후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뭔가 간절하게 이루고 싶다면 절박함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게 인생의 핵심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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