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추구, 위험 회피? 어느 쪽이 창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우리 세대는 어릴 때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고 재테크해서 정년퇴직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들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위험을 떠안는 것이라고 믿어왔고,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의 근속 연수가 늘면서 그런 나의 믿음은 틀렸다는 생각을 점차 하게 되었다. 직급과 직책이 높아져도 여전히 '직장과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벗어나지 못하는 트래픽 파이터(traffic fighter)'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출간된 부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을 추구하면서 얻은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맘껏 누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20대에 슈퍼리치가 된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의 알렉스 베커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를 쌓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신만의 사업을 하는 것이고, 그건 부모님이나 선생님, 주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슈퍼 리치에게 배워야 한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 어릴 때 왜 이런 책이 없었을까?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만약 자신이 직업과 소득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매일 아침 출근길과 교통체증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거나 조급함과 불안감이 커진다면 이젠 뭔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만약 지금이라도 '직접 사업하기' 아이템을 장착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하겠다. 카이스트의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인 정재승 박사의 《열두 발자국》중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였다.
회사 다니면서 창업 준비를 할까? 아니면 그만두고 창업에 집중할까?
창업을 준비할 때 여러분은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준비하다가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나을까? 아니면 시간이 없으니 일단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하는 게 나을까? 여러분의 선택을 무엇인가? 나의 경우 후자가 나의 성향에 더 맞는 것 같다. 여기에 해답을 주는 연구가 있다.
위스콘신대 조세프 라피(Joseph Raffiee) 교수팀은 94년부터 2008년까지 기업가가 된 20~50대 약 5천 명에 대해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로 나누어 각각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이후 스타트업의 생태계인 실리콘 밸리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를 잠시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재정적인 어려움이 직장을 계속 다닐지 아닐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자금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여유가 있어서 지금 직장을 그만두어도 된다고 판단했거나 하는 식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 가계 소득이 매우 높은 사람이나 고액 연봉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지만 결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돈이 많거나 여유가 있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창업에 도전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세 번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많은 '위험 감수자(risk taker)'들인 반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준비한 사람들은 '위험 회피자(risk averter)'들이었다. 이것은 위험에 대한 개인의 성향을 보여주는 의사결정의 문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 번째.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한 사람들의 성공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높았고, 실패 확률도 33% 정도 낮았다. 사실 이 논문의 핵심은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느냐,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하느냐'보다는 '창업자가 위험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창업 성공의 요건이라는 뜻이다. 섣불리 창업을 하지 않고, 위험을 잘 관리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창업에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들의 창업 준비 과정은 창업의 성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이 창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 결과가 충격적인 것은 이전까지 우리들은 창의적인 사람이나 사업 성공의 필수 성향으로 '위험 감수' 성향을 손꼽았기 때문이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 통상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들이 가치 전복적이거나 기존 사업 입장에서는 파괴적이고 와해적인 발상이 많고, 현재 상황에 적절한지를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실행해 결과적으로 세상을 큰 충격을 주며 대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야 할 것이다.
물론 수많은 위험 감수자들은 사업에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조적 사고자(creative thinker)의 중요한 성향 중 하나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성향'을 꼽아왔다. 그런데 실제로 창업을 해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바로 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을 '행복 = 소유 / 욕망'이라는 간단한 방적으로 정의했다. 행복을 강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분모인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즉,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가치를 느끼고, 취미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결핍이라는 분노의 화신을 통해 분자인 '소유'를 늘리는 것이다. 둘 다 모두 맞는 방법이고, 어쩌면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소유를 늘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면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소유에서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가진 것에 가치를 느끼고 행복감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소유를 늘리는 방법이다. 여전히 직장과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벗어나지 못하는 트래픽 파이터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 옵션에 '직접 사업하기'를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은 위험 감수자인가? 위험 회피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