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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y 07. 2021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앎과 실행의 간극은 여전하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류시화 시인이 읽고 사랑했던 시들을 모은 잠언 시집으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닮은 시들로 가득하다. 이 시집의 특징은 인디언에서 온 수녀, 유대의 랍비, 회교의 신비주의 시인, 걸인, 에이즈 감염자, 가수 등 지역과 시대를 넘어 다양한 무명씨들의 고백록이나 기도문들을 모아 엮었다는 점이다. 위에 나온 시의 저자인 킴벌리 커버거는 IMA(Inpspiration & Motivation & Kirberger)의 회장이자 설립자로 '십대들의 대변자'로 불린다.  


나는 가끔 시간이 될 때마다 이 시를 읽곤 한다. 회사생활에서 늘 쫓기는 것처럼 초조하고 조급해하는 내게 잠언적 성격의 시가 주는 '여유와 느림', 그리고 초월함과 철학적 깨달음의 메시지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킴벌리 커버거가 말한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정말 나의 삶은 더 나아지거나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게 내 솔직한 답변이다.




나름 인생의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나의 삶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심지어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다. 만약 지행일치(知行一致)의 삶을 제대로 구현하면서 인생을 산다면 인간 계층의 사다리에서 높은 위치에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타고난 성향인 '기질'은 물론이고 경험하면서 형성되는 '성격'조차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주변을 보면 이혼 후 뼈아픈 후회와 반성을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는 사람들도 재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도하곤 한다. 우리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계에 살고 있다. 불확실성, 변동성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는 데로 삶을 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 입학, 진로, 군대, 취업, 결혼, 출산, 육아, 퇴직, 가족의 사망, 은퇴 후 노후생활 등 내 인생의 핵심 사건들과 조우할 때마다 우리는 큰 변화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삶의 깨달음의 순간들을 쌓아간다. 개인의 생애사를 보면 모든 인생의 핵심 사건들이 첫 경험의 과정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험과 식견이 짧고 부족한 시기인 젊은 시절에 인생의 핵심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캐파(Capacity)에 비해 처리해야 할 능력(Capability)은 부족하다 보니 주변을 보거나 미래를 예견하는 장기 계획(Long-term plan)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 당시 누가 내게 십 년 후의 삶의 계획을 물었을 때 나는 거의 망연자실(茫然自失) 했었다. 취업을 하고, 집도 없이 결혼해서 첫 아이를 막 가진 시기였을 때 나는 정말 정신이 없었고, 한 달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십 년 후의 인생을 묻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던 것이다.


만약 시의 내용처럼 다시 돌아가서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이제는 사랑하는 것에 대한 순간의 기쁨보다 책임을 져야 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을 다니면서 곧 취업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나는 여전히 캠퍼스 커플인 아내와 데이트를 즐기면서 취업준비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을 신뢰하기보다는 신뢰하는 사람들은 더 집중적으로 만날 것이다. 그리고 평생 써보지도 않을 춤은 배우지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어른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 문구점 앞이나 오락실에 있는 오락기를 집에 설치해서 질리도록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던 짜장면, 아이스크림, 핫도그, 빵 등을 배 터지도록 먹고 싶었다. 만화영화나 애니메이션도 하루 종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드니 어릴 때 가졌던 염원이나 소망을 실현하더라도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면 만족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소득은 늘었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었고, 오히려 삶의 만족감은 더 떨어졌다.


하지만 나와 달리 주변을 보면 어렸을 때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키덜트(Kidult)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릴 때 좋아하던 장난감을 구매하고 조립하면서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프라 모델을 취미로 갖고 있는 키덜트들이 꽤 있다. 어른들 중에서 유독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나 공주 같은 옷을 아낌없이 사주는 부모들이 있다. 아마 자신이 어렸을 때 가지지 못했던 아쉬움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자녀들을 통해 대리충족과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애착을 갖는 인생 단어가 바로 '시행착오'와 '자아 성찰'이다. '시행착오'는 다시 되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이다. '자아성찰'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는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삶의 모든 방향과 결괏값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아성찰을 하려면 자신과 꾸준하게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처음에는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하다 보면 내면의 자아가 자신이 그토록 찾고 헤매던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자아성찰 과정을 통해서 자신과 더 가까워지고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가 주는 가장 묵직한 메시지는 복잡계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의 여정 속에서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고, 또 그것을 놓치지 않도록 해준다. 또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을 말해주고, 팍팍하고 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 순간 더 열정적이고 충실하게 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처럼 살 수는 없지만 읽을 때마다 여유와 느림의 메시지를 주고,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이 시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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