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사에 '왜 가난한 사람도 아이폰을 사는가'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가격도 비싸고, 순이익도 갤럭시의 5배나 챙기는 아이폰의 고가 전략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아이폰을 산다는 것은 '애플빠'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첨단 기술에 민감하고, '힙(hip)'한 이미지를 추종하고, 다르게 생각하는(think different)는 집단을 말한다. 애플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이미지 집단과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난은 타인보다 무능력하고, 게으르고, 미래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이미지로 보인다. 아이폰을 산다는 것은 신분을 상승을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의 이미지에서 스마트한 사람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이런 애플빠의 애플에 대한 사랑은 옹호를 넘어서 아이돌 시장과 같은 팬덤 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가치를 파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있었던 시절의 애플은 마케팅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하던 대표적 기업이었다. 애플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경험을 팔고, 가치를 파는 기업이다. 애플은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제품에 대해서 광고하지 않는다. 애플을 소유했을 때의 경험과 가치를 홍보한다. 그것이 바로 애플의 정체성이고,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핵심 가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게 하고, 그것을 통해 애플은 진성 '애플빠'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마케팅의 본질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애플과 같은 '애플빠'를 만드는 것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에 나오는 '5A'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필립 코틀러(Phillip Kotler)는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마케팅의 대부'이자 '세계적 마케터'로 불리며, 2003년 <하버드 비즈니스 뷰>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지니즈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디지털 마케팅이 일반화되기 전 인간과 제품 중심의 마케팅에서는 4단계의 고객 구매 단계를 거쳤다고 한다. 제품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인지(Aware)'단계, 제품의 좋고 나쁨의 형성하는 '태도(Attitude)'단계, 구매 '행동(Act)'단계, 제품 만족으로 '재구매(Act again)'단계가 바로 '4A'이다.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이 일상화되면서 구매 경로는 더 복잡해지면서 '인지(Aware)', '호감(Appeal)', '질문(Ask)', '행동(Act)', '옹호(advocate)'의 5단계로 확대가 되었는데 이를 '5A' 구매과정이라고 한다.
첫째, '인지(Aware)'단계는 소비자가 각종 뉴스 미디어, SNS, 유튜브 등의 광고나 주변 지인의 구매과정을 통해 브랜드의 존재를 알게 되거나 인지하게 되는 단계를 말한다.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브랜드의 경우 어림짐작 기술인 '휴리스틱(Heuristic)'이나 자신의 '선험적 경험' 등을 통해 브랜드를 인지하게 된다. 브랜드가 많이 노출될수록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는 더 커지게 된다. 이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통적인 목적 즉, 문제점을 가진 타깃 고객을 모으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바로 '정보'이고, 정보를 잘 가공해서 콘텐츠를 제공하면 된다. 이 콘텐츠가 좋을수록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모이게 된다. 만약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된다면 홍보와 유입력 효과는 매우 강력할 것이다.
Traffic이 높은 플랫폼 사이트를 이용하면 사람을 모으기는 가장 쉽고, 홍보하기에도 좋다. 타깃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해야만 홍보에도 유리하다. 만약 내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재테크 정보라면 타깃 고객을 '갓 취업을 한 20대를 위한 부동산 재테크' 또는 '30대 파이어족을 위한 주식 투자' 또는 '50대 은퇴자를 위한 노후 재테크' 등의 명확한 타깃 고객 설정이 필요하다. 타깃 고객을 명확하게 하면 그 이후에는 동류 집단이 모이면서 저절로 입소문을 통한 홍보가 증가하게 된다.
둘째, '호감(Attitude)'단계는 브랜드를 '인지'한 후 소비자가 그 브랜드에 끌리기 시작하고 호감이 생기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브랜드가 가지는 속성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를 찾아 광고나 홍보를 해야 한다.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구매 고려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이 어떻게 인식되었는지에 따라 끌림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호감도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공하는 콘텐츠의 품질이다. 가격 대비 제공받는 혜택이 크다면 '호감'이 상승할 것이다. 콘텐츠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 중에서 고객이 불편한 사소한 것들을 해결하면 된다.
즉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범블'이라는 데이팅 앱을 출시한 휘트니 울프 허드는 전 세계 최고 데이팅 앱인 '틴더'의 창립멤버로 공동 설립자와 불화를 겪으며 회사를 떠나 '범블'이라는 데이팅 앱을 출시했다. 기존 데이팅 앱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상대방 남성에게 불안감을 느끼고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 앱은 남성의 추근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야만 아무런 제한 없이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호감도의 경우 기존의 가지고 있던 고객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결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상승한다.
셋째, '질문(Ask)'단계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호기심을 갖고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를 말한다. 고객이 직접 조사를 하는 단계로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온라인에서 사용후기, 댓글을 찾아보는 과정이다. 이 경우 연결된 같은 취향의 커뮤니티의 힘이 절대적이다. 친구와 지인을 통해 확인하거나 온라인 리뷰나 판매원과의 대화, 그리고 매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하는 모든 행위가 바로 '질문' 단계이다.
무언가에 빠져서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알아보게 되지 않는가? 브랜드에 대해서 '가치'를 느끼는 단계로 내가 사용하는 제품의 가치를 느끼고,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 단계에서 좋지 않은 브랜드라는 인식이 들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노출되는 광고와 게시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제품 리뷰나 입소문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제품을 판매하기 전 단계에서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 있다. 바로 '나라면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이냐(Would I Buy It)?',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인가(Would I Solve the Customers' Problems)?'이다. 만약 이 질문에서 막힌다면 제품을 판매하면 안 된다. 나와 타인의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왜(Why)?'라는 질문은 언제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물건을 팔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넷째, '행동(Act)'은 '질문'을 통해 확신이 생긴 판매자가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이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단계이다. 온라인 판매가 잘되는 사이트를 방문하면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것이 바로 '상세페이지 작성'이다. 이 상세 페이지는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원과 같다. 구매자의 질문에 대답을 잘해서 구매자에게 만족감을 주었다면 판매는 쉽다. 그러므로 상세 페이지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모든 궁금한 사항이 사진과 매뉴얼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며,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영화든 온라인 사이트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고객 리뷰'이다. 잘 파는 사람들은 이렇게 '타인의 힘'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 좋은 리뷰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는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고, 제품 후기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고객 경험은 구전 효과와 집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음식점에서 맛은 최고의 '고객 경험'이다. 가끔 욕쟁이 할머니처럼 '맛'으로만 승부하는 음식점도 있지만 대부분의 음식점에서는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맛은 기본이고, 고객이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인적 서비스에 많은 집중을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바로 고객 경험을 잘 만드는 과정이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판매 후 감사 메일 또는 문자, 그리고 환불 과정까지 포함된다. 이렇게 하면 입소문이 더 커진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바로 고객 경험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만약 고객 경험에 실패하면 입소문이 나빠지면서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무너질 수도 있다. 부정적인 소식은 빨리 전파를 탄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리뷰나 댓글은 민감하게 대응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한 사람의 부정적인 댓글이 사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구매 후 사후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와의 친밀도를 더욱 쌓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구매 후 긍정적인 사용경험을 만들어주고, 소비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좋은 기억을 남겨야 한다.
다섯째, '옹호(Advocate)'는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게 되는 단계로 재구매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막는 등 마케팅의 최종 목적이자 이상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해서 고객 경험의 만족도가 커졌다면 만족한 고객을 진성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진성 고객의 증가는 사업의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진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대감과 소속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진성 고객은 일반 고객과 달리 특별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고객 경험의 끝은 바로 진성 고객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고객 등급제를 운영하면서 VIP Care Program을 구동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더 많은 정보나 쿠폰 혜택을 받는다면 소속감과 유대감이 더 커진다. 최근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서 온라인 강의에 불만족한 사람들을 위해 강의 후 Q&A 코칭권을 유료로 제공한 경우가 있었는데 만약 이를 진성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진성 고객으로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한 명의 진성 고객은 팬덤처럼 부족함이 생기면 이를 채워나가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이다. 진성 고객은 옹호 기업이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더라도 기업을 대신해서 불만 고객과 싸우고,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더라도 그 기업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업 성장을 위해 직접적인 홍보 대사가 기꺼이 되려 하고, 혼신을 아끼지 않는다. 유튜브의 경우 회원수가 많은 것보다는 적지만 진성 고객이 탄탄한 유투버가 훨씬 높은 수익률을 만들 수 있다.
옹호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신규 고객도 저절로 증가하게 된다. '애플'이나 '스타벅스' 빠들에게 그 브랜드는 단순한 브랜드의 애용자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옹호자를 넘어 맹신자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초기에는 마케팅 전략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발성이라는 소비자의 동력으로 탄생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노력해서 쌓은 옹호 집단에게는 절대 실망을 시켜서는 안 된다. 최근에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헌신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튼튼하고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라는 말이다. 혹시 타성에 젖어 만사가 귀찮다면 잠시 쉬고, 그 이후 고객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대하면 된다.
이러한 5가지 구매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3가지를 '3O존'이라 부른다. 자신(Own), 타인(Others), 외부(Outer)를 일컫는다. 자신(Own)은 말 그대로 소비자 자신의 구매 경험과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 평가와 기호를 말하며, 회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을 의미한다.타인(Others)은 가족, 친구, 지인 혹은 커뮤니티의 구전을 통한 영향을 의미한다. 이 역시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영향을 촉진하는 것은 가능하다. 외부(Outer)는 회사가 직접 개입해 영향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을 말하며, 고객이 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등의 외부환경을 통해 얻는 영향을 말한다. 이러한 O존은 마케팅 활동을 최적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된다.
서비스나 제품이 고객의 기대에 미쳤다면 '고객 만족', 만족의 영역을 지나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었다면 '고객 감동'이 된다.이러한 고객 감동을 위해서 마케팅은 인간 중심의 마케팅은 물론 하이테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초연결 시대의 고객에게 충분하고 감정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시대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