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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un 03. 2021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상품의 가짓수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국내 코스트코 OO점의 경우 일평균 13억으로 전 세계 코스트코 단일 매장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제임스 세네갈 전 코스트코 회장은 "한국은 장사가 잘 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기존의 대형마트의 관점에서 보면 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할인점이 높은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은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꽤 많은 시사점과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코스트코의 성공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소품목 저마진 전략'이다. 코스트코는 판매하는 상품의 취급 수량(SKU)이 약 4천 개로 3~4만 개를 취급하는 대형마트의 1/10 수준이며, 마진 또한 15% 이하로 대형마트의 절반 수준이다. 취급하는 재고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하는 재고의 이동, 보관, 판매에 대한 운영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의 손익인 EBIT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한 개 카드사와 독점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수수료율을 훨씬 낮게 책정함으로써 금융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코스코의 성공 전략 중 '소품목 저마진' 전략을 볼 때 상품의 구색이 꼭 많아야 판매가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구색(Range)이 많아야 좋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상품의 구색이 많아지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선택지가 많아져 만족도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선택할 대상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고,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고 한다. 선택의 폭이 많으면 오히려 구매 만족도가 낮아지고, 구매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erry Shwartz)는 《선택의 패러독스(Paradox of choice)》라는 책에서 자유의 상징인 개인의 선택권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좌절시킨다는 역설에 대해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쇼핑센터에서 잼을 구매하도록 했다. 한 그룹에는 6종의 잼을, 다른 한 그룹에는 24종의 잼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24종의 잼이 있을 때 방문자수가 가장 많았지만 구매자수는 6종의 잼이 진열되었을 때가 더 많았다고 한다.


슈와츠 교수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최종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쫓아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할인점의 경우 구매 상품에 대한 매우 제한된 구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선택에 대한 고객의 피로도를 줄여줌으로써 오히려 믿을만한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는 신뢰감까지 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최적의 대안만을 제시하는 것도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단일 대안 회피(Single-Option Aversion)' 성향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대안이 하나만 있으면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구매를 주저하고, 다른 대안을 제안하는 곳을 찾으러 가게 된다.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선택지도 싫어하고, 너무 적은 선택지도 불안해한다.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유통업체들이 선호하는 판매 방법은 바로 비교 판매를 통한 최적의 상품에 대한 판매를 제안하는 것이다. 기업이 만들어 놓은 선택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어떤 제품에 대한 적정 가격을 모를 때 사양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또는 싼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를 '휴리스틱(Heuristic)' 즉, 대충 어림짐작으로 판단하는 것 또는 선험적 경험을 통한 직관적 판단으로 것을 의미한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전 매장에 노트북을 구매하려 들어섰을 때 여러분은 가장 비싼 제품이 매장 입구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매하기도 전에 심리적으로 예산 초과 상태가 발생한다. 그때 판매원이 와서 가장 싼 노트북을 보여주는데 사양도 형편없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다. 잠시 후 처음 본 비싼 노트북에 비해 사양은 동일한데 단지 터치 기능만 빠져 있다고. 디자인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잘 쓰지도 않는 기능이라면서 가격대가 적정한 노트북을 보여주면 여러분의 마음은 살짝 흔들리기 시작하고, 오늘 하루만 최저 행사가를 진행하다고 쐐기까지 박으면 잠시 후 카드를 긁으면서 내심 잘 샀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의 대안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 믿게 된다. 주력으로 판매하고 싶은 상품이 있다면 그 제품보다 성능이 조금 나으면서 가격은 매우 높게 책정하고, 그 제품보다 성능이 형편없으면서 가격대는 조금 싼 제품을 함께 비교 판매하는 것이 바로 유통업체의 판매 전략이다.


매장 안에서 가격표를 본 소비자는 비교 기준을 가격표 안에서만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디자인이 동일한 옷이 두 개가 걸려있는데 하나는 10만 원짜리 가격표가 붙어있고, 다른 하나는 20만 원짜리 가격표에 50% 할인이라는 문구의 가격표가 있다고 할 때 여러분은 두 개 중 어는 것을 고를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할인된 셔츠를 구매하고, '득템'했다고 좋아한다. 이렇듯 소비자들은 할인 전 가격보다는 할인율에만 집중해서 소비를 하는 것에 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소비는 생각보다 매우 비이성적이다.



점쟁이 리더십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수동적일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어떤 일을 선택하거나 결정할 때 많은 부담을 느끼고 누군가 그것을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설 때 점집을 찾는다. 점쟁이는 그 사람에게 단정적으로 "동쪽으로 가, 그곳에서 귀인을 만날 거야!"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점쟁이의 말을 신뢰하고, 순순히 따른다. 그리고 결국은 귀인은 만나게 되고, 마침내 점쟁이는 용하다는 소문이 돈다.


또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데 있어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의사가 만약 당신이 수술을 할 건지 말 건지, 치료를 받아야 할 건지 아닌지를 선택하게 하면 여러분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의사 선생님 말씀을 따르겠다는 답변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 또한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유능한 의사라면 두 가지 옵션에 대한 치료 확률과 장단점을 통해 환자가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넛지(Nudge)' 전략을 쓸 것이다.


인간 속성 상 선택이나 결정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은 초기 선호도 설정값이나 개인이 검색하거나 이용했던 콘텐츠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함으로써 이용률을 높이고 있고, 이런 추천 시스템은 또한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인지적 구둣쇠'라고 불리는 인간의 뇌는 매우 게으르고, 비이성적이다. 작은 용량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니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반복되는 일이나 습관을 만들어 신체가 알아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둔다. 선험적 경험들이 쌍이면 그것을 인지하고 저장해 두었다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동일한 반응과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를 '타성' 또는 '관성'이라고 한다.


특히 선택과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하고, 비교하고, 추론하고, 결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그래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제품을 고를 때 어림짐작 기술과 선험적 경험이라는 '휴리스틱(Heuristic)'을 활용하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매우 제한적으로 쓴다고 한다.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다. 식사 메뉴로 무엇을 고를지, 어떤 선물이 좋을지와 같은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부터 입사할 회사와 결혼할 배우자를 고르는 것까지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주관적이고 충동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반응해야 하며,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하고, 비교하고, 추론하고, 결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의도적으로 실행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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