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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은 맑다

by 윤이프란츠


미치도록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팽팽하거나 늘어진 것 없이 달팽이관의 모든 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이 순간을 간과할 수 없고, 아무것도 그대로 흘려버릴 수 없다. 내게 닿았던 것들이 어떤 모습이었든 간에 소중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진통제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기도 때문인지, 훈훈한 기운이 서서히 일면서 나는 잠시나마 통증이나 고통 잊었다. 무중력 상태로 유영하는 우주인처럼 허우적댔지만 기분은 가뿐하고 몸은 유연다. 나는 쉰 목소리로 가늘게 휘파람을 불다. 건조한 구멍에서 이팝꽃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꼭꼭 숨구멍을 막았던 콧줄을 빼내자 봄비에 촉촉이 젖은 것처럼 숨도 차분해졌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날씨는 화창하게 맑을 예정이라고 했다. 나도 봄 햇살이 떼 지어 가는 곳까지 따라가고 싶다. 북악산 백사실 계곡엔 아직 얼음이 남아 있을까, 작은 송사리들은 참방참방 얕은 계곡을 헤엄치고 있을까, 막내는 계곡과 숲에 몰려드는 건 햇살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말하지 않을 테니, 궁금하면 빨리 나아 자기랑 손잡고 러 가자고 했다. 나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상은 그냥 부유하다가 멈추어 서는 게 아니었. 마치 오늘의 날씨와 계절처럼 계속해 변해가고 있었다. 지금 저만치 공중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여도, 양떼구름어딘가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다. 그래서 나의 일상만큼은 단단히 고정되었다고 생각했으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하얀 침대에서 나는 그리워했던 걸 온종일 찾고 있다. 그래서 이미 지난 계절에 깊이 파묻혔을 걸 더듬 중이다. 나 혼자 먼지처럼 정처 없이 돌아다녔고 생각 않는다. 누구라도 먼지 같은 사정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 것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불안한 감정을 키우고 속만 까맣게 태웠다면, 지금부라도 좋은 것들만 내 안에서 두어야겠다. 그리고 무던했던 심장을 들뜨게 만든 것에게 내 맘을 쏟으려고 한다. 오늘처럼 눈부신 날엔 기분 좋게 소리 내어 어도 좋을 것 같다.




*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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