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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Aug 13. 2024

온도의 차이

Love is torture

상수동 어느 빌라 주차장에서


우리는 살면서 상당한 온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온기의 영향을 받는다. 온기가 작렬한 태양처럼 너무 뜨거우면 곤란하겠지만, 이가 시리도록 차갑게 식어도 문제가 된다. 뜨거운 커피를 받아 들면 조심히 온도가 낮춰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성급한 마음에 입을 댔다간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입김을 불어 컵에서 열기를 덜어내야 한다. 그런 기다림이 있고서야 내게 적당 온도를 맞출 수 있다.


무덥고 습한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실외기는 멈출 수 있는 날이 없다. 잠자기 전에 충분히 실내온도를 낮췄다 생각했는데 금방 답답해진다. 꿉꿉한 기운이 냉장고 밑에서 기어 나와 집안을 돌아다닌 것 같다. 아이들은 원하는 온도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몇 도에 얼마동안 에어컨을 맞춰야 할지 늘 고민이다. 큰애는 아무리 더워도 이불을 덮고, 막내는 겨울에도 이불 없이 바닥을 굴러다닌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저마다 체온이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온도 수준도 다른 것 같다.


사랑 여름처럼 뜨겁다고 해서 온전한  아니다. 전하기 위해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래서 서로 다른 온도와 체온을 익히고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뜨거운 건 식히고 차가운 건 뭉근하게 끓여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해지는 것. 그러기 위해 천천히 기다리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 느끼는 온도차를 분명히 인식하고 적정 온도를 찾아가는 것. 진정한 사랑은 내가 원하는 대로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같이 오래도록 따스한 온기를 품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일 테다. 


온기는 뚜렷이 보이지 않던 각자의 점들을 이어주는 실이 된다. 처음에는 투명했다가 점차 명주실처럼 명징해진다. 그리고는 서로를 보듬고 에워싸서 고치를 만다. 치 속에서 번데기는 단단해새로운 날개를 만든다. 부드럽고 폭신한 털이 뽀송해면서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작정 뜨겁지는 말자. 푹푹 찌는 더위에 목이 타오를 수도 있다. 애타는 건 뜨거워진 마음뿐이다. 열기의 척도로 사랑을 측정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사랑의 온기는 도계를 가지고 수치로  수 없다. 서로의 온도차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오직 사랑만이 그런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


온도차가 커서 마음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사랑이다. 푸석한 번개탄처럼 쉽게 타오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 그러나 밀도 있는 연탄처럼 꾸준히 태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올여름이 너무 뜨겁다고 쉽게 지치지 말자. 지나치게 뜨거운  식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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