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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Oct 27. 2024

내게 금지된 일

무단횡단금지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붉은 문구가 적힌 푯말이 전보대에 붙었다. 가로식 표기인데도 거꾸로 붙여져 밑에서부터 읽어야 했다. '무.단.횡.단.금.지', 걸어가거나 뛰어가는 게 아니라, 흡사 높은 데서 뛰어내린 사람 모습이다. 급히 제작되 디자인 실수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오류처럼 보여 주목을 끌려던 것지 모르겠다. 노란 반사판에 그려진 빗금은 어떤 행위를 금지는 경고다.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이 표지를 보았다면, 분명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봇대 위를 쳐다보았을 것이다.


무단횡단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길을 건너가라는 신호를 놓쳐 애매하게 보도에 걸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질서가 허락되지 않았는데 맘대로 려는 행동, 거기엔 남보다 무언갈 먼저 차지하려는 욕망이 있다. 예를 들어, 탑승하기 좋은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선점거나, 예약을 받지 않는 유명 빵집의 앞 줄을 차지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무단횡단은 아주 사소한 동기도 서슴없이 이뤄진다. 만약 그 동기가 큰 것이었다면 뱃속 간도 그에 비례해서 더 커져야 할 것이다.


금지된 것을 맘대로 어기는 건 때론 흥분을 일으키거나 아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사춘기의 이유 없는 반항처럼, 성체로서 독립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른다. 자신보다 높은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일탈 유아기 때부터 억압된 감정의 자유를 일으킨다. 감정에 대한 압력이 거셀수록 자유 열망은 간절진다. 그러다 마침내, 물풍선처럼 커다랗게 부풀었다 폭발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경험이 성공다면 이후론 큰 위험을 감수할 자신감마저 생다. 즉,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위험을 선호함으로써 효용과 만족을 얻는 것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무단횡단 시도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무단한 기쁨에 흠뻑 도취되 위험을 감수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나무라며 우쭐지도 모른다. 마치 그것 나만의 시련과 극복을 통해 이룬 성공담인 양 떠벌리면서 말이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도 비숫한 일이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일명 '자살게임'이란 걸 즐겼다. 왕복 2차선이나 4차선 도로에서 승용차트럭이 지나치기 전 그 앞을 빠르게 통과하는 놀이였다. 글쎄다, 우리는 그걸 놀이라고 불렀지만 도박이라 해야 하지 않을. 한 아이가 시하자 나머지 아이들이 따라 했고 놀이에 불붙기 시작했다. 주말 TV에서 방영된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용기를 과시하며 벌였던 치킨게임을 따라 했지 모다. 아무튼, 위험천만한 놀이는 계속되었고 놀이를 통과한 아이는 용감한 로 인정다.


나와 아이들은 놀이를 하는 동안 무엇인지 모를 희열을 만끽했다. 결국 무모한 놀이를 통해 얻은 게 별로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어떤 아이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후 놀이는 중단되었다.


모든 경사길에는 오르막과 내림막이 있다. 지금 오르고 있다면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이치를 안다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일도 언젠가 그쳐야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쭉 뻗은 빨간 막대기를 보면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곧바로 수익이 곤두박질치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텐데도 당장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뒤늦게 뼈저린 후회라는 걸 했다. 그것은 언제나 절망적인 끝에서야 보게 되는 것이다.


10년 이상 국 소형차를 몰다가 크가 뛰어난 독일제로 갈아탄 뒤, 나는 다른 차들을 앞서기 위해 추월선 주행을 즐겼다. 그런 차를 운전데에 우쭐, 그런 것에 잠시 현혹되었다. 이전에 차를 몰면서 감히 넘보지 못한 속도까지 올렸을  정신이 아득다. 그러다 이내 내가 더 이상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한 눈 파는 사이 나는 난폭해졌던 것이다. 마치 게임기상현실에서 레이싱을 하는 것처럼, 착각의 늪에 빠져 어딘가로 도주했던 것이다.  


제대로 단속되지 않은 나의 욕심을 벗내기 위해 의식과 양심이 살아있어야 한다. 도로 위에 그어진 노란 경계선을 밟지 않도록 자주 보며 발을 간수해야다.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 금지된 것을 쟁취하기 위해 무단으로 진입했, 타인의 소중한 일상이  무분별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 원하는 걸 채우기 위해 함부로 횡단했던 행위 경고에도 나는 애써 모른 척했다. 그렇게 수많은 무단횡단을 저질렀음에도 아직은 멀쩡하니까 자꾸 무모하게 굴었다.


때론 남이 한다고 따라 했고 어떤 경우엔 자발적이었다. 나는 거리낌이 없었다. 서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서 먼저 확인하고 싶. 정말로 그랬다. 금지된 것을 어기면서 자유로운 영혼인 척했다. 내 모습의 실체를 망각한 채 말이다. 그로 인해 누군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도로 곳곳엔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표지 늘고 있다. 그만큼 저지른 실수와 잘못이 범람는 것일 테다. 거나 상처받은 사람 있는데... 오늘부무슨 일이 있어도 무단횡단은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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