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린 새

by 이진무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어둑어둑하지만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나는 습지에 날아와 먹이를 먹는

철새들을 보고 있다.


마치 높은 빌딩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고고한 척하지만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떨어져

궁상을 떨고 있다.


새들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일사불란하게

한꺼번에 날고 한꺼번에 내려앉는다.


그중 한 마리가

날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다.


자세히 보니

다리가 그물에 걸려 있다.


간간이 힘을 모아 날개를 퍼덕이지만

그물은 다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몇 번 몸부림치다가 포기했는지 울지도 않는다.

수천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르는데도

혼자 습지에 붙어 버둥거린다.


얼마나 고독하고 얼마나 무서울까!

떠나는 동료들을 바라보다가

쓸쓸하게 죽어갈 것이다.


일상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나도 그와 다르지 않다.


무언가 나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 또한 날지 못하기에

시멘트 바닥에 붙어 조용히 나이 들어갈 것이다.


외로움에 파묻혀

점점 스스로 침식할 것이다.




김표생태공원.jpg


얼마 전, 김포 한강 야생조류 생태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철새와 사람 모두가 쉬어갈 수 있도록 조성된 넓은 생태공원이었어요. 겨울철이면 4천 km를 날아온 철새들이 이곳에 머문다고 해요. 그 먼 거리를,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날아왔을까 싶었어요.


공원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있었어요. 새에 대해 잘 모르는 저는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안내문을 보니 재두루미, 큰기러기, 저어새, 백로, 왜가리 같은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하더라고요.


한참을 가만히 서서 새들을 바라봤어요. 새들은 무리 지어 한꺼번에 움직였습니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기도 하고, 하늘로 날아올라 큰 원을 그리기도 했죠. 그런데 가끔, 뒤처지는 새가 보이더라고요.


‘아, 뒤처지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구나.’


그 생각이 들자 조금 위안이 됐어요. 하지만 뒤처졌던 새들은 곧 힘을 내서 무리에 합류했어요. 날갯짓을 조금 더 빠르게 하며, 금방 따라잡았어요.


하지만 사람은 다른 것 같아요. 한번 뒤처지면 정말 따라가기가, 합류하기가 쉽지 않아요. 속도를 내려고 해도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숨은 차오르고, 어느 순간 그냥 멈춰 서버리게 돼요.


새들을 보며 생각했어요. 저 새들은 왜 다시 필사적으로 날갯짓을 할까. 뒤처져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마 함께 가야 살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겠죠.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까. 무리가 있어야 따뜻하고 안전하니까.


사람도 그런 거 아닐까요. 뒤처져도, 천천히 가도, 결국 함께 가야 한다는 걸 알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공원을 나서며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새들은 여전히 함께 날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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