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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by 이진무


오늘은 ‘세계 3대 커피’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한잔의 커피 뒤에는 그것을 키운 농부의 땀이 있고, 그 땅의 기후와 토양이 있으며,

수백 년을 거쳐 온 문화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살펴보다 보면, 커피 한 잔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누군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오늘 부담 없이, 재미 삼아 함께 들여다 보면 어떨까요?

명성 뒤에 가려진 사연들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맛의 우열을 가리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 3대 커피’는

①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② 예멘 모카 마타리,
③ 하와이 코나 커피입니다.

세계 3대커피 이미지.jpeg (왼쪽에서부터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 마타리, 하와이 코나 커피)


이 세 커피는 단지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리·기후·역사와 사람의 정성이 빚어낸 한 잔의 예술로 평가받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 안개 속의 향기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산맥.jpeg

카리브 해의 작은 섬, 자메이카 동부의 블루마운틴 산맥(고도 2,000m).

자메이카의 동쪽 산맥에는 해발 2,000m에 이르는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이 있습니다.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서늘한 기후, 풍부한 강수량, 화산 토양이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어 냈죠.

전설에 따르면 18세기 자메이카로 이주한 프랑스인이 ‘커피의 씨앗’을 밀수해 심었다고 합니다.
이 커피는 너무 향긋하고 부드러워서 영국 왕실에 헌상되었고,
이후 “왕의 커피”, “커피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블루마운틴 커피는 쌉쌀함보다 부드러움,
산미보다 달콤한 균형감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커피의 샤넬”이라 불리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블루마운틴 커피는 지금도
‘나무통(wooden barrel)’에 담겨 수출되는 유일한 커피라는 점이에요.

나무통에 담긴 블루 마운틴.jpeg


대부분의 커피는 자루(포대)에 담기지만, 블루마운틴은 전통적으로
런던까지 배로 실려가던 시절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커피”죠.

일본에서 블루마운틴을 수입하는 모습.jpeg (블루마운틴을 하역하는 일본항)


1969년 일본이 자메이카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생산된 전량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블루마운틴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3대 커피’라는 개념 자체가 영국 왕실에서 마시든 커피들을 동경하던, 일본에서 만든 일종의 마케팅이었고,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 시기부터 유행해 온 마케팅 수단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 향기조차 구하기 어려웠는데요,

블루마운틴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마도 1980~1990년대 이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세계 3대 커피’라는 마케팅과 함께 소개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영국 왕실과 제임스 본드의 커피”


블루마운틴은 커피 중의 귀족이라 불리는데요, 그 별명답게 왕실과 첩보영화 두 세계를 동시에 정복했습니다.

영국 왕실의 전용 커피


18세기 후반부터 블루마운틴은 버킹엄 궁전의 공식 커피로 지정되었어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즐겨 마셨고,
국빈 접대 시 커피는 반드시 블루마운틴으로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왕이 마시는 커피(The King’s Coffee)”라는 별명이 생겼죠.

영국에서 블루마운틴으로 귀빈 접대.jpeg

(영국에서 귀빈을 접대하는 모습)


� 제임스 본드도 마신 커피

호텔에서 커피를 마시는 스파이.jpeg


원작 소설 『Dr. No』(1958)에서,
제임스 본드는 호텔에서 “블루마운틴 커피 한 잔”을 주문합니다.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자메이카에 별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가 직접 블루마운틴을 마시며 쓴 작품이에요.
즉, 본드의 커피 취향은 작가 본인의 취향!


� 플레밍은 자메이카 골든아이(GoldenEye)에서 이 소설을 썼고,
훗날 그 별장이 007 영화 제작의 성지가 되었어요.
블루마운틴은 덕분에 ‘첩보 커피’라는 이색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jpeg


☕️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장 비밀스러운 커피”
— 『Dr. No』 속 블루마운틴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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