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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커피-예멘 모카 마타리

고흐의 커피

by 이진무

오늘은 세계 3대 커피 중 예멘 모카 마타리에 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모카(Mocha)”라는 단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으시죠?
커피 메뉴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예멘의 항구 도시 모카(Mocha)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모카커피’의 어원이 바로 여기예요.


19세기 예멘의 모카항구.jpeg (19세기 예멘의 모카 항구)


예멘 모카 마타리 — 사막에서 피어난 향


15세기, 이슬람 수도사들이 새벽기도를 버티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 커피가 바로 예멘 고지대의 마타리(Mattari)지역에서 난 것이었죠.
당시 커피는 종교적 비밀로 여겨져,
커피 씨앗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은 사형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인도 상인이 낙타의 짐 속에 피 열매를 몰래 숨겨
바다 건너 인도에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한 줌의 씨앗이 훗날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전 세계 커피 산업의 씨앗이 되었죠.
즉, 예멘은 말 그대로 커피의 조상국인 셈입니다.

예멘의 마타리 지역.jpeg


16세기에 들어 예멘은 커피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붉은 사막과 바람, 그리고 척박한 땅에서도
사람들은 산비탈에 계단식 밭을 만들고 커피나무를 길렀습니다.
그 커피가 바로 모카 마타리(Mocha Mattari).

예멘의 커피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커피로,
터키와 유럽으로 수출되며 커피 문화를 퍼뜨렸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한동안 모든 커피를 통틀어 ‘모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모카 마타리는 특유의 초콜릿 향과 와인 같은 깊은 산미,
그리고 스파이스한 여운으로 유명합니다.
마치 사막의 뜨거운 낮과 서늘한 밤이 한 잔 안에 녹아 있는 맛이죠.


고흐와 모카커피 — “화가의 열정과 커피의 쓴맛”


1880년대 프랑스 아를(Arles).
고흐는 밤낮으로 그림을 그리며 카페 드 라 가르(Café de la Gare)같은
작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명작 ‘밤의 카페 테라스’에 그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죠.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2.png


그곳에서 그는 언제나 커피를 진하게 마셨습니다.
그가 형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나와요.

“밤새도록 그림을 그리다 보면, 커피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당시 유럽에서 ‘커피’라 하면 대부분 예멘 모카(Mocha)항구를 통해 수입된
아라비아 원두를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마신 커피는 거의 확실히 모카커피,
즉 예멘 모카 마타리 계열이었죠.

이 커피는 단순한 카페인이 아니라,
고흐의 붓을 움직이게 한 연료였습니다.
그가 그린 노란빛 조명, 붉은 카페 벽,
그리고 밤의 별빛이 뒤섞인 풍경은,
마치 모카커피의 짙은 향과 쓴맛이
화폭 위에서 색으로 변한 듯하죠.

“카페는 내 화실이었고, 커피는 내 물감이었다.”
(실제 그의 편지에서 커피와 카페를 예술의 장소로 언급)


☕ 예멘 모카커피와 유럽 예술가들

파리의 커피 하우스.jpeg


고흐뿐만 아니라, 19세기 예술가들은
모카커피의 ‘향과 쓴맛’에 중독된 세대였습니다.
파리의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플로베르, 화가 드가나 모네까지
카페 문화를 통해 영감을 나누었죠.

그 시절 파리의 커피 하우스에는 대부분
예멘 모카 또는 모카-자바(Mocha-Java) 블렌드가 쓰였습니다.
당시엔 브라질산보다 훨씬 비쌌지만,
예술가들은 그 강렬하고 스모키한 향을 사랑했습니다.
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생각을 불태우는 불씨’였거든요.

파리의 문인들은 모카커피를 ‘생각을 깨우는 쓴 시’라고 불렀어요.
보들레르는 『악의 꽃』을 쓸 때 매일 모카커피를 마셨고,
베를렌은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모카의 향이 나를 살린다”고 말했다고 전해지죠.


고흐의 커피,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

커피를 마시는 고흐.jpeg


그가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릴 때도,
고흐는 밤새 깨어 있었습니다.
그의 작업실엔 커피 냄새가 가득했을 거예요.
그 향은 예멘 모카 특유의 초콜릿과 향신료 향,
그리고 약간의 연기 냄새가 섞인 복합적인 향.

그 향 속에서 고흐는
별빛을 그리고,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그렸죠.

따뜻한 커피잔과 연한 빛.jpeg

‘생각을 불태우는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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