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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커피-하와이 코나 커피

미국 대통령과 엘비스의 커피

by 이진무

오늘은 세계 3대 커피 마지막 편으로 하와이 코나 커피에 관해 얘기할게요.

하와이 코나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 마타리와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꼽힙니다.

이는 단순히 맛뿐 아니라 재배 환경의 독특함과 생산량의 제한성 때문이에요.

코나 지역은 해발 600~1,200m의 화산 경사면에서 재배되며,

화산 토양, 해풍, 균형 잡힌 강수량이 커피에 독특한 풍미를 부여합니다.

코나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가격이 높은 편인데,

이는 소규모 농장 생산과 수작업 수확 때문입니다.

비평가들은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며,

한정판 커피로서의 매력을 강조합니다.


하와이 코나 커피 — 태양과 바다의 선물


¤ 선교사가 심은 나무 한 그루

코나 지역에 커미 나무를 심는 선교사.jpeg

1828년, 브라질에서 가져온 커피나무 한 그루가 태평양 한가운데 섬에 도착합니다.

심은 사람은 새뮤얼 러글스(Samuel Ruggles)라는 미국인 목사였습니다.

선교 활동을 하던 그는 하와이 빅아일랜드 서쪽, 코나 지역의 독특한 풍경에 매료되었죠.

화산재로 뒤덮인 검은 땅, 아침마다 산에서 내려오는 구름, 오후가 되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이곳이라면 커피가 자랄 수 있겠어.”

그렇게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지금의 코나 커피가 되었습니다.


¤ 향기 나는 나무

커피 체리.jpeg (커피 체리)


재밌는 건, 하와이 사람들이 처음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저 “향기 나는 나무”로만 감상했다고 합니다.

꽃이 피면 은은한 재스민 향이 퍼지고, 빨갛게 익은 커피 체리는 보기에도 예뻤으니까요.

음료가 아니라 관상용 나무였던 거죠.

그렇게 코나 커피는 한동안 설탕 산업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 일본인 이민자들이 일군 기적


20세기 초, 변화가 찾아옵니다.

일본인 이민자 가족들이 하와이로 건너왔고, 그들은 코나의 가파른 비탈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가족 단위로 작은 커피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죠.

아버지는 나무를 심고, 어머니는 체리를 따고, 아이들은 햇볕에 말리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들은 단 한 알의 커피도 소중히 여겼고, 정성스럽게 품질을 관리했습니다.

그렇게 코나 커피는 “사람의 손으로 빚어진 예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 금값보다 비싼 커피

금과 코나 커피.jpeg


화산 토양에 스며든 미네랄,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

산에서 내려오는 구름이 만드는 그늘, 균형 잡힌 강수량.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코나 커피만의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현재 코나 커피의 생산량은 전 세계 커피의 1%도 안 됩니다.

워낙 재배 면적이 작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100% 코나 커피는 금값보다 비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예요.

실제로도 시중에 나도는 ‘코나 커피’의 대부분은

코나 원두가 10%만 들어가도 코나 커피라고 표기할 수 있어서,

진짜 100% 코나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커피라는 뜻이기도 하죠.


¤ 경험의 커피

세계 정상회담 만찬.jpeg (세계 정상회담 만찬)


비평가들은 코나 커피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부드럽고 깔끔하며, 산미가 적은 커피.너트 향과 초콜릿 같은 뉘앙스,

은은한 과일향이 어우러진 밸런스 좋은 커피.

누군가는 코나 커피를 “경험의 커피”라고 표현합니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와이의 자연과 철학이 담긴 커피라고요.

그래서일까요. 미국 대통령의 기념행사나 세계 정상회담 만찬에도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 지금도 이어지는 가족 농장의 이야기

하와이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일본인 이민자.jpeg


놀라운 건, 코나 커피가 지금도 여전히 소규모 가족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규모 기업이 아니라,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작은 농장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커피를 키우고 있어요.

한 알 한 알 손으로 따고, 햇볕에 정성스럽게 말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로스팅합니다.

그래서 코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와이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녹아든 문화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와이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해요.

“코나 커피는 하와이의 바다 냄새가 난다.”


하와이 커피 재배 지역.jpeg


미국 대통령과 엘비스의 커피


하와이의 태양 아래 자란 코나 커피는
‘미국의 자존심’ 커피로 불릴 만큼 유명인과 인연이 깊어요.


버락 오바마의 커피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와이 출신이죠.
그는 백악관 재임 시절에도 “코나 커피를 아침마다 즐긴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이 “당신의 하루를 여는 건 무엇이냐?”고 묻자,
“Kona Coffee — the taste of home.”이라 답했어요.
이후 코나 커피는 ‘대통령의 커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코나
1961년 영화 ‘Blue Hawai’ 촬영 때,
엘비스는 현지 카페에서 코나 커피를 즐겼다고 해요.
당시 하와이 주민들은 그 장면을 아직도 자랑처럼 이야기합니다.
이후 코나는 미국 대중문화 속 따뜻한 낭만의 상징이 되었죠.


� 또 하나의 일화
1980년대 미국에서 “가짜 코나 커피”가 넘쳐나자
하와이 주민들이 오바마의 이름을 걸고
‘100% Kona Coffee 인증제도’를 만들었어요.
커피 브랜드가 법적으로 품종을 속이지 못하게 된 것도 이때입니다.


세 잔의 커피, 세 개의 이야기


블루마운틴의 안개,
모카 마타리의 사막 바람,
코나의 태양.


이 세 잔의 커피는 각기 다른 땅에서 자랐지만,
모두 사람의 손과 기다림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우리는 단순히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와 인간의 끈기를 함께 마시는 것입니다.


따뜻한 커피잔과 연한 빛.jpeg


“커피의 향은 결국, 사람의 삶이 피워낸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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