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병아리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을 때, 따뜻하게 품어주던 어미 닭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머리 위에서는 찬 바람만 쌩쌩 불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발바닥이 땅에 들러붙을 것만 같았습니다.
주변에는 먹을 것도 하나 없었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왔습니다.
병아리는 향기를 따라 걸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우유가 반쯤 남아있는 큼지막한 우유병이 있었습니다.
병아리는 잘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여
죽을힘을 다해 맑고 하얀 우유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습니다.
우유병 속은 완전히 별천지였습니다.
먹을 것도 풍족했고 두꺼운 유리병은 사나운 바람을 거뜬히 막아주었습니다.
병아리는 행복에 겨워 ‘삐악삐악!’ 소리쳤습니다.
며칠 후, 다른 병아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우유병 안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애원했습니다.
“나 좀 들여보내 주면 안 될까? 너무 춥고 배고파.”
병 안의 병아리는 우유병 입구를 막고 말했습니다.
“보다시피 너무 좁아. 먹을 것도 많지 않고. 미안해.”
바깥의 병아리는 울면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날씨는 한결 따뜻해졌습니다.
병아리는 우유병이 조금 덥고 비좁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밖은 여전히 춥고 먹을 것이 없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며칠 더 지나자 여기저기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아지랑이가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병아리는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잔디 위에서 어린 닭들이 뒤뚱뒤뚱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전에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던 병아리가 보였습니다.
그는 몸이 많이 컸고 머리에는 조그만 벼슬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곧 듬직한 수탉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병 안의 병아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바보들. 추운데 뭐 하는 거야? 여기는 먹을 것도 많고 따뜻해.
이곳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야.”
병아리는 아직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나무들은 초록으로 물들고 이곳저곳에서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끔 비가 왔고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더워졌습니다.
병아리는 이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병에 꽉 끼어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너무 커진 것입니다.
버둥거리며 병 입구로 몸을 밀어봤지만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동안 힘을 쓰던 병아리는 지쳐서 헉헉거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늠름하고 멋진 수탉이 나타났습니다.
수탉은 우유병 위로 올라왔습니다.
“꼬끼오~!”
하늘을 향해 크고 길게 홰를 쳤습니다.
그리고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쾅!”
우유병은 수탉의 발에 차여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병아리도 우유병과 함께 데굴데굴 굴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