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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매달자

by 이진무

결국 일이 터졌다.

피노키오는 대문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 치다가… 강도에게 목덜미를 딱 잡혔다.

“으악!”

다음 순간, 그는 두건과 마스크에게 숲속으로 질질 끌려갔다.
나뭇가지에 옷이 걸리고, 신발은 한 짝 벗겨지고, 자존심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마스크가 피노키오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자, 이번에도 빠져나가 보시지?”


피노키오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공포와 함께 절망감으로 뒤덮였다.

‘끝났다… 이젠 진짜 죽었구나…’


두건은 헉헉거리며 투덜거렸다.
“야― 이놈 잡느라 10년은 더 늙었네. 안 되겠다. 혼쭐을 내야 정신을 차리지.”


그러다 말투가 슬쩍 달라졌다.

“근데 말이야… 코인만 주면, 봐줄 수도 있어. 어때?”


피노키오가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진짜요? 코인만 드리면 보내주는 거죠?”


두건은 심각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약속은 지키는 남자야.”


그 순간, 옆에 있던 마스크가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

“뭐? 야-야! 그럼, 인공지능은 어떻게 할 건데!

코인만 받고 보내면 안 되지!

코인을 뺏은 다음에 인공지능을 떼어내기로 했잖아.”


두건은 마스크를 째려보며 버럭했다.

“누가 정말 놓아준대?

그냥 놓아주는 척하고 나중에 다시 잡으려고 한 거였어.

그런데 그걸 떠벌이면 어떡해… 바보야!

피노키오가 눈치채잖아.”


“아니, 그건 좀… 사기잖아. 거짓말이잖아.”

“우린 원래 사기꾼이잖아! 강도라고, 강도!

지금 와서 도덕책 펼치게 생겼냐고!”


마스크는 난감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거짓말은 나쁜 건데…”


두건은 속 터진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나도 알아! 나도 거짓말 나쁜 거 다 알아!!”


“그럼, 왜 거짓말을 하냐고!!”

“그래서! 거짓말 하나 더한들 뭐가 달라진다고 그래?”


둘은 갑자기 삼류 코미디 커플처럼 싸우기 시작했다.

피노키오는 둘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소름이 쫙 끼쳤다.

그들은 피노키오의 인공지능까지 떼어내려 하는 것이었다.

‘이 자식들…. 내 인공지능까지 뺏을 생각이었어!’


피노키오는 울컥하며 소리쳤다.
“뭐어어어?! 이 날강도들아! 내 인공지능까지 탐낸 거냐?!

너희 지금까지 얌전한 척한 건 다 쇼였어?!”


두건은 마스크를 향해 버럭했다.
“거 봐! 다 들켰잖아! 이건 네가 책임져!”


마스크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그냥 때려눕혀!

코인도 뺏고 인공지능도 뜯어내면 되지, 뭘 그래!”


피노키오는 눈이 동그래졌다.

‘헉… 이제 말도 안 통하네. 완전 막장이다…’

숲속에 긴장감이 짙어졌다.

어딘가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후우~하고 울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뭐라도 해야 해… 지금 바로, 당장!’

순간, 피노키오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지금이다!’

그는 번개처럼 몸을 비틀어 두건의 손을 뿌리쳤고, 그대로 그의 발등을 콱 밟았다.


“아야아야아야!”
두건은 한쪽 발을 들고 깨금발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그냥 밟힌 게 아니라 뼛속까지 금이 간 수준이었다.


피노키오는 그 틈을 타 도망치려 했지만—
“어딜!”

마스크가 피노키오의 코를 양손으로 덥석 잡고 늘어졌다.

“아악, 내 코!”
피노키오는 몸부림치며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


피노키오 강도2.jpeg


하지만 마스크는 슬쩍슬쩍 피하며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긴 코가 장애물이었다.

그때 발의 통증이 조금 가시자, 두건이 다시 합세했다.

피노키오는 간신히 마스크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졸지에 일대 이의 싸움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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