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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피노키오

by 이진무

둘은 신나게 피노키오를 구덩이 밖으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그 순간, 피노키오는 살짝 고개를 돌리더니 코인을 혀 밑으로 쏙 감췄다.

‘절대 못 뺏기지… 이건 아빠의 다리를 위한 코인이란 말이야…!’


피노키오는 땅에 널브러졌고, 두건과 마스크도 지쳐서 그 옆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두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피노키오는 말하고 싶었지만, 코인이 있어서 혀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개만 살짝 까딱이다 말았다.

“뭐야, 지금 우리를 무시해? 공포의 강도단에게 입도 뻥긋 안 해?”


말이 없자 두건이 점점 흥분했다.

“좋아. 말은 안 해도 괜찮아. 근데 코인은 내놔.

네가 코인 열 개 갖고 있는 거 우리 다 알아.

좋게 좋게 대해줄 때 주는 게 낫다고!”


피노키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열 개는 무슨… 이제 아홉 개 남았거든요…’


그때 마스크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야, 이런 애들은 먼저 맞고 시작해야 해.”

그러고는 피노키오의 뺨을 짝! 때렸다.

그때 찰랑! 코인 소리가 울렸다.

“이 자식, 진짜 입에 숨겼잖아!”
두건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지금 당장 내놔! 털어!”


피노키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코인은 절대 못 뺏긴다. 아빠의 다리, 병원비, 그리고 감동적인 재회… 이 모든 게 코인에 달려 있다.


피노키오가 못 들은 채 대꾸도 하지 않자, 두건과 마스크는 눈빛을 교환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입을 열고 진짜 확인해 보자!”


두건과 마스크는 억지로 피노키오의 입을 벌리려고 했으나 피노키오는 입을 꽉 다물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이번에는 두건은 머리를, 마스크는 턱을 잡고, 둘이 동시에 으랏차차! 하고 잡아당겼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입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딱딱하게 닫힌 그 입은 마치 철문 같았다.


두건이 중얼거렸다.

“이건 뭐… 쇳덩이를 맨손으로 당기는 느낌인데?”


마스크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간지럼이다. 겨드랑이 간지럼!”


다음 순간, 둘은 하나씩 피노키오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슥슥슥, 샥샥샥…’
쉴 새 없이 간질이기 시작했다.

“으흐흐흐흐…”

그러나 피노키오는 몸을 배배 꼬면서도 입은 꼭 다물고 버텼다.


두건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놈, 간지럼에도 훈련된 몸이야.”

마스크는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신세대 로봇이야, 뭐야… 이런 애는 처음 봐…”


셋은 그렇게 바닥에서 한참을 뒤엉켜 씨름하듯 싸우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좀비랑 레슬링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입은 여전히 꿈적도 안 했다.

두건과 마스크는 점점 얼굴이 붉어지고 인내심이 바닥나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피노키오 때리는 강도.jpeg


결국 참지 못한 두건과 마스크는 마구 피노키오를 밟고 걷어차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피노키오가 뭔 죄라도 지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때려!”
“잡아!”


그런데 문제는… 피노키오의 몸이 쇠라는 거였다.

“퍽!”
“쿵!”
“아야야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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