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여관 밖으로 나온 두건은 여전히 씩씩대며 걷고 있는 마스크를 달래고 있었다.
“마스크, 진정 좀 해봐. 지금 화낼 때가 아니야.
우리가 인공지능을 못 찾으면 어쩔 건데?
‘까만별’에서 받은 계약금은 벌써 다 날렸잖아.
이제 인공지능을 못 갖다주면… 우리는 진짜 끝장이라고.”
마스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씩씩 내뱉었다.
“그래서 내가 빨리 덮치자고 했잖아. 이럴 때는 속전속결이 답이야.”
두건은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더듬거렸다.
“그… 그렇게 막 나가면 일이 더 꼬일 수 있어. 지금은 철저한 계획이 필요해.
빈틈이 있는지 없는지, 두 번 보고 또 세 번 봐야 해.”
“아오, 어느 세월에? 그 사이에 ‘까만별’에서 암살자라도 보내면 우린 안녕이야, 진짜로.”
“그래도 실수해서 놓치는 것보단 낫잖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게 맞는 거야.
옛날에 어떤 바둑 도사는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안 건넜대.
왜? 신중, 또 신중해야 하니까. 우리도 그래야 해.”
마스크는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래, 그 도사 혼자 신중해지라고 해. 난 진작에 손 들었다니까!”
그렇게 둘은 또다시 투덕투덕. 도대체 몇 번째인지.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더니, 어느새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그때 두건의 배에서 우렁찬 소리가 났다.
“꼬르륵…”
두건이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여관에서 밥이나 먹고 나올걸.
에이 모르겠다. 마스크. 네 말대로 하자.
인공지능이고 뭐고, 일단 돈을 뺏어서 밥부터 먹자.
지금은 생존이 우선이야.”
마스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오케이! 그럼, 먼저 피노키오부터 덮치는 거지?”
“그래.”
“근데 어떻게 덮칠 건데?”
“걱정하지 마. 내가 요술 마을 가는 길을 이미 알려줬거든.
우리 먼저 그 길로 가서 숨어 있으면 돼.
피노키오가 나타나면, 그냥 바로 콱!”
마스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만약 다른 길로 가면?”
두건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걔 눈빛 봤잖아.
코인 얘기만 나오면 동공이 흔들린다니까? 완전 코인 중독자야.
그 길로 가면 코인을 부풀려 주는 요술 마을이 나온다고 했으니까 백이면 백, 무조건 온다.”
“좋아, 가자!”
“잠깐. 그 전에 검은 복면 챙겨.”
마스크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복면은 또 왜? 덥고 답답하단 말이야.”
“우릴 모르게 해야 해. 만에 하나 경찰이 나타나도 증언 못 하게.
그리고 또 복면을 써야 분위기가 나오지.
뭔가 좀 강도 느낌도 나고, 상대방을 겁에 질려 벌벌 떨게 해야 한다니까?
그래야 순순히 말을 듣게 돼 있어.”
“...오케이. 알았어. 가자, 복면을 쓰고 무서운 강도로 변신하자…”
그리고 둘은 해가 막 떠오르는 들판 너머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
피노키오는 요술 마을을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
‘기긱기긱’에게 배운 노래를 콧노래 삼아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였고, 급기야 혼자 춤까지 추었다.
제법 리듬도 있었고 스텝도 괜찮았는데, 문제는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는 거였다.
아무도, 심지어 벌레 한 마리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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