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마을에 가다

by 이진무

두건이 슬쩍 끼어들며 말했다.

“요술 마을에서 또 코인 파티가 열린다는 소문이야.

이번엔 진짜 너랑 같이 가고 싶어. 우리끼리만 가서 후회했거든.”


“안돼. 지금은 아빠를 마중해야 해.

목발 짚고 먼 길을 걸어오시는 모습만 상상해도… 벌써 눈물이 나올 것 같단 말이야.”


“그 말, 이해해. 완전 감동이야.

하지만 생각해 봐. 코인이 많아지면 아빠는 더 기뻐하지 않을까? 아들도 만나고 부자가 됐으니까….

부자가 되면 아빠의 다리도 고치고, 책을 많이 사서 학교에도 가고,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잖아.”


피노키오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빠는 바로 오늘 저녁에 오신다고 했어. 와서 내가 없으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어?”

두건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요술 마을까지는 30분이면 가. 왕복 한 시간이야.

코인을 불리는데, 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총 2시간밖에 안 걸려.

2시간이면 저녁까지 충분히 올 수 있어.”


피노키오는 그 자리에 서서 발끝만 바라봤다.
그 사이 두건과 마스크는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부러, 피노키오가 따라올 틈을 주듯이. 발을 질질 끌며, 마치 ‘야, 아직 시간 있어. 따라올 수 있어’ 하고 말하는 것처럼.


피노키오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조용히 그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살짝 불안한 얼굴로, 하지만 어쩐지 기대도 살짝 섞인 얼굴로.

이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요술 마을에 가 봐야 알겠지.




피노키오는 앞장서면서 계속 외쳤다.

“빨리! 진짜 빨리 좀 가자! 아빠 오시기 전에 다녀와야 한다니까!”


하지만 두건과 마스크는…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스크는 절름발이에다 두건은 장님이라서 누가 안내를 해주지 않으면 한 걸음도 갈 수 없었다. 거기다 두건은 마스크를 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느릿느릿 등산하는 거북이 등에 다른 거북이 하나 더 얹은 모양새였다.


피노키오는 결국 답답해서 외쳤다.
“그냥! 내가 마스크를 업을게! 빨리 가자고 좀!”


말이 끝나자마자 마스크를 등에 업고 뛰기 시작했지만… 이젠 두건이 문제였다.

뒤에서 발을 헛디디는 소리가 나더니, 두건의 외침이 숲을 울렸다.
“어디 있어! 내 말 좀 들어줘! 날 두고 가지 마! 혼자 남는 거 무서워!!”


피노키오는 다시 돌아가 두건을 붙잡아 끌었다.
마스크는 피노키오 등에 실려 있는 주제에 팔짱까지 끼고 있었다.

“야, 이 속도면 요술 마을 말고 무덤 마을 도착하겠다…”


피노키오 달리다.jpeg


피노키오가 숨을 헐떡이며 짜증을 냈다.
“도대체 언제 도착해? 분명 30분 거리라고 했잖아! 지금 한 시간째 숲속 마라톤 중이거든?”


그 말에 두건은 행여 피노키오가 뿌리치고 갈까봐 느닷없이 무서운 힘으로 피노키오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봐봐… 난 장님이야. 방향 같은 건 몰라. 그냥 끄는 대로 걷는 거야.

근데 내 기억으로는 나무 108그루 지나면 ‘요술 마을’이라고 적힌 아치형 간판이 나올 거야.”


피노키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만. 그걸 미리 말해야지? 지금부터 세면 소용이 없잖아. 처음부터 다시 세야 하잖아!!”


땀은 줄줄, 어깨는 뻐근, 허벅지는 후들. 마스크의 체중이 점점 등짝을 눌러오고 있었다.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두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마스크. 너 세고 있었지?”

“응~ 지금까지 57그루 지나쳤어. 거의 절반이지롱.”


두건은 뿌듯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봤지? 우리가 허술해 보여도 다 준비하고 있다고.”


피노키오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빠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제 반이라니…’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피노키오는 업고 있는 마스크를 내동댕이치고 싶었지만,

마스크는 눈치를 챘는지 다리로 피노키오의 허리를 힘껏 조이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다행히 나무 틈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공기에는 이끼와 송진 냄새가 섞여 있는데, 조금만 심호흡하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고개를 들자, 청솔모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피노키오를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작은 앞발로 도토리를 빙빙 굴리며, ‘쟤 뭐하냐’는 표정이었다.

굴 앞에서 기지개 켜는 너구리는 피노키오를 한 번 힐끔 보더니 “낮잠은 숲에서 자는 게 최고지…”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꼬리를 말았다.

그러다 마침내 숲길 끝, 나무와 하나처럼 어우러진 작은 원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은 초록 이끼로 덮여 있었고, 벽을 따라 장미 넝쿨이 자라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문 위에는 ‘숲속의 휴게실’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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