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by 이진무

한편, 피노키오는 감옥으로 끌려갔다.

피노키오는 억울했다.

아니, 억울한 건 둘째 치고 어이가 없었다.

그는 도둑질도, 폭력도 하지 않았다.

단지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하려다가 부패한 판사에게 걸렸을 뿐이었다.

판사는 한 손엔 법봉, 다른 손엔 돈 자루를 들고 있었다.


피노키오가 도착한 곳은 ‘감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허술한 곳이었다.
담장은 마치 한숨 쉬듯 휘어 있었고, 철창은 매일 정시에 알람처럼 삐걱거렸다.

바닥은 흙과 짚, 그리고 가끔은 누군가 흘린 국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밤에는 쥐가 다니고, 낮에는 파리가 VIP처럼 날아다녔다.


간수는 그런 와중에도 태연했다.

팔짱을 낀 채,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여긴 들어오긴 쉬워도 나가긴 어려운 곳이지. 정신 바짝 차려.”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피노키오는 곧 깨달았다.

감옥의 하루 일과는 간단했다.
아침엔 호미 들고 밭으로 출근,

점심엔 삽 들고 농로 정비.
저녁엔 풀을 뽑고 돌을 골라내는 근력운동.


피노키오 노동.jpeg


죄수들은 대체로 억울하게 잡혀 온 가난한 농민들이 많았고,

그 사이엔 진짜 게으른 동네 양아치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이곳에 들어오면 서로 차별하지 않았다.

모두가 똑같은 흙 묻은 셔츠를 입고, 서로 삽을 돌려가며 썼다.

땀 냄새와 함께 우정도 살짝 묻어났다.


피노키오는 첫날, 벌써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그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이건… 감옥이라기보단 시골 체험이잖아…”


옆 죄수는 피노키오가 웃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쐐기를 박았다.
“여기서 웃으면 안 돼. 웃다가 죽어.”

또 다른 죄수가 한술 더 떴다.
“누가 웃었냐고 묻거든. 그냥 입이 벌어졌을 뿐이라고 해.”


식사는 늘 똑같았다.

묽은 콩죽 한 국자와, 시큼한 김치 한 조각.

간수가 특별히 기분 좋은 날엔 김치에 들깨가 한 알쯤 묻어 있었다.


피노키오는 도망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감옥은 마을 한복판에 있었다.
뒤에는 슈퍼, 옆에는 파출소, 앞에는 면사무소.

누가 봐도 '이곳은 탈출할 수 없습니다'라고 외치는 구조였다.


어느 날, 피노키오는 간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여기서 도망친 죄수 없어요?”

간수는 이를 쓱쓱 쑤시며 말했다.
“있었지. 근데 2분 만에 잡혔어.

마을 어르신이 밭에서 발견했거든.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서 덥석 잡았어.”


그 얘기를 듣고 피노키오는 기운이 쭉 빠졌다.
‘공주 누나는 어디 있을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까? 알면 구해줄까?’


그때 옆방 죄수가 툭 말을 걸었다.
“이봐, 네가 그 인공지능 어쩌고 했던 피노키오냐?”


피노키오는 움찔했다.
“누구세요?”


교도소  피노키오 버찌할아버지.jpeg


죄수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나야 나. 버찌 할아버지.”


“뭐라고요? 버찌 할아버지가 왜 이곳에 있어요?”


“땅에 떨어진 쌀 포대를 줍다가 잡혔지.”


옆 죄수가 피식 웃었다.
“근데 그 포대 안에 쌀이 있었다고 말하려고 그랬지?

그 쌀은 땅에 떨어진 게 아니고 차에 실으려고 주인이 땅에 쌓아 놓은 거였고. 안 그래?”


버찌 할아버지는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그게 뭐가 잘못인데. 나 참… 근데 피노키오.

너야말로 여기 왜 온 거냐? 이곳은 너같이 조그만 어린아이가 올 데가 아니야.”


피노키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나는 숲에서 강도를 만나 죽을 뻔했어요.

공주 누나가 구해줘서 목숨을 건졌는데, 이번에 사기를 당해 돈을 다 뺏겼어요.

너무 분해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판사가 ‘돈 있냐?’고 묻더라고요.

내가 다 털렸다고 하니까, 갑자기 징역 6개월을 선고한 거예요. 이게 말이 돼요?”


버찌 할아버지는 혀를 끌끌 찼다.

“가여운 피노키오. 정말 안됐구나. 제페토 영감탱이가 많이 걱정할 텐데.

그는 네가 감옥에 있는 걸 알고 있니?”


피노키오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빠가 어떻게 알겠어요? 나는 나쁜 아이예요. 천하의 불효자식이에요.

아빠를 마중 나갔다가 사기꾼한테 당하고, 이렇게 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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