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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Jul 10. 2022

덜 미워하기

미움 한톨은 무겁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의 부서장 A는

가스라이팅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모든 분야에서 당신 말만 맞고,

저 뿐만 아니라 부서원들 모두 틀렸다고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열등감을 그런 식으로 표출했어요.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거나 나이가 많다는 부분이요.

우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는 항상 신경 썼어요.

몇몇은 그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어요.


저는 몇 없는 여자였으니 별별 얘기도 다 들었어요.

여자 목소리가 담을 넘으면 안된다거나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등등이요.

저는 적당히 비위 맞춰줬고

그분이 먼저 부서를 떠나서 다행이었어요.


지나고 보니

A가 힘들긴 했지만 싫다는 얘기를 많이 해본적은 없더라구요.

A가 아니었음

제 천둥벌거숭이 같은 성격도 안변했을 것 같더라구요

그부분이 감사해서

그렇게까지 싫어하긴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B를 부서장으로 만났어요.

아주 좋은 대학 박사까지 했다는 똑똑한 사람이었고

처음에는 저를 많이 존중해주는 듯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B는 네가 잘하니까

네 역량을 키우려면 필요하다는 핑계로

본인이 친 사고의 수습을 모두 저에게 넘겼어요.

처음에는 진짠줄 알았는데..

 일과 그다지 상관없는

본인이 궁금한 걸 모두 제가 알아오길 바랬던 것들이 축적되면서

그렇게 몇년쯤 지나니 너무 힘들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 않게 된지

몇년이 지났지만  B 얼굴만 봐도 심장이 내려앉았죠.


그러다 다른 누군가와 B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 미움을 좀 거두는게 어떻겠는지.

이제 너에게 손해이지 않은가 하면서.


그 얘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A가 왜 싫지 않은가를 되뇌였어요

A는 B에 비해 실질적으로 피해도 많이 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 밑에 있을 때는

무언가 배웠다는 생각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B 밑에 있는동안 제가 얻은 걸

 생각해보려고 애썼어요.

그리고 한가지 생각에 다다르자 조금 평안해졌어요

저희 회사는 B가 그닥 좋은 보직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밑에서 버텨낸 저의 평판이 아주 좋아졌죠.

그걸 얻었다고 생각하니

그를 싫어하는 제 마음이 한결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오늘은 이렇게 미움을 한톨 덜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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