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의 부서장 A는
가스라이팅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모든 분야에서 당신 말만 맞고,
저 뿐만 아니라 부서원들 모두 틀렸다고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열등감을 그런 식으로 표출했어요.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거나 나이가 많다는 부분이요.
우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는 항상 신경 썼어요.
몇몇은 그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어요.
저는 몇 없는 여자였으니 별별 얘기도 다 들었어요.
여자 목소리가 담을 넘으면 안된다거나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등등이요.
저는 적당히 비위 맞춰줬고
그분이 먼저 부서를 떠나서 다행이었어요.
지나고 보니
A가 힘들긴 했지만 싫다는 얘기를 많이 해본적은 없더라구요.
A가 아니었음
제 천둥벌거숭이 같은 성격도 안변했을 것 같더라구요
그부분이 감사해서
그렇게까지 싫어하긴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B를 부서장으로 만났어요.
아주 좋은 대학 박사까지 했다는 똑똑한 사람이었고
처음에는 저를 많이 존중해주는 듯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B는 네가 잘하니까
네 역량을 키우려면 필요하다는 핑계로
본인이 친 사고의 수습을 모두 저에게 넘겼어요.
처음에는 진짠줄 알았는데..
일과 그다지 상관없는
본인이 궁금한 걸 모두 제가 알아오길 바랬던 것들이 축적되면서
그렇게 몇년쯤 지나니 너무 힘들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 않게 된지
몇년이 지났지만 B 얼굴만 봐도 심장이 내려앉았죠.
그러다 다른 누군가와 B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 미움을 좀 거두는게 어떻겠는지.
이제 너에게 손해이지 않은가 하면서.
그 얘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A가 왜 싫지 않은가를 되뇌였어요
A는 B에 비해 실질적으로 피해도 많이 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 밑에 있을 때는
무언가 배웠다는 생각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B 밑에 있는동안 제가 얻은 걸
생각해보려고 애썼어요.
그리고 한가지 생각에 다다르자 조금 평안해졌어요
저희 회사는 B가 그닥 좋은 보직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밑에서 버텨낸 저의 평판이 아주 좋아졌죠.
그걸 얻었다고 생각하니
그를 싫어하는 제 마음이 한결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오늘은 이렇게 미움을 한톨 덜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