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를 위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표준 국어 대사전에 나오는 친구의 첫번째 정의래요.
저는 주변에 가까운 이가 많은 편입니다.
쉬이 시간을 보낼 사람을 부를 수 있고
흔쾌히 같이 시간을 내어주는 고마운 이들입니다.
제가 시간이 남을 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그들에게 연락이 왔을 때 제가 응하는 것도 쉽습니다.
제 시간이 한정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한가로울 때 말이예요.
펑펑 남는 시간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에는 망설여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주 짧은 짬이 났을 때
즐거운 일을 할거니까 같이 하자고 이야기 할 사람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갓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기 직전 일주일 정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입학이래로 처음 얻어보는 자유시간이었어요.
그 일주일 계획표에는 그동안 생각해왔던 즐거웠던 일을
꼬깃꼬깃 넣었지요.
그 일들을 같이 하자고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때의 제 변명은, '같이 갈만한 사람들은 바쁘니까.' 였는데요.
막상 그 즐거운 일들은 하는데 사람들과 일정 맞추는데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동안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사람을 만난게 아니라,
내게 남는 시간을 어떻게든 재밌게 보내보려고 사람을 만난게 아닐까.
주어와 목적어가 바뀐 교우관계를 맺었던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드네요.
오늘, 아주 가보고 싶었던 가게에
두자리의 예약이 가능하다는 알람을 받았어요.
그 가게에서 파는 음식은 제 취향이었고,
궁금해하던 공간이었고,
어떤 음악을 틀어주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예약이 언제 나는지 틈만 나면 확인하고는 했죠.
그런 가게에 알람이 뜨니,
저는 한자리만 예약 했어요.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묻다가 그 빈자리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요.
저를 좋아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제가 기꺼이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잃을 기회에 맞닥뜨려서는
그런 이들에게 연락해서 그 기회를 놓치는 게 무섭더라고요.
그렇게 오늘은
"가깝다"라는 의미에 대해서
제가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는 이유에 대해서 반성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