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망 Aug 16. 2022

친구

같이? 나를 위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표준 국어 대사전에 나오는 친구의 첫번째 정의래요.


저는 주변에 가까운 이가 많은 편입니다.

쉬이 시간을 보낼 사람을 부를 수 있고

흔쾌히 같이 시간을 내어주는 고마운 이들입니다.


제가 시간이 남을 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그들에게 연락이 왔을 때 제가 응하는 것도 쉽습니다.

제 시간이 한정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한가로울 때 말이예요.

펑펑 남는 시간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에는 망설여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주 짧은 짬이 났을 때 

즐거운 일을 할거니까 같이 하자고 이야기 할 사람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갓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기 직전 일주일 정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입학이래로 처음 얻어보는 자유시간이었어요.

그 일주일 계획표에는 그동안 생각해왔던 즐거웠던 일을 

꼬깃꼬깃 넣었지요.


그 일들을 같이 하자고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때의 제 변명은, '같이 갈만한 사람들은 바쁘니까.' 였는데요.

막상 그 즐거운 일들은 하는데 사람들과 일정 맞추는데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동안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사람을 만난게 아니라,

내게 남는 시간을 어떻게든 재밌게 보내보려고 사람을 만난게 아닐까.

주어와 목적어가 바뀐 교우관계를 맺었던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드네요.

 


오늘, 아주 가보고 싶었던 가게에

두자리의 예약이 가능하다는 알람을 받았어요.


그 가게에서 파는 음식은 제 취향이었고,

궁금해하던 공간이었고,

어떤 음악을 틀어주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예약이 언제 나는지 틈만 나면 확인하고는 했죠.


그런 가게에 알람이 뜨니,

저는 한자리만 예약 했어요.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묻다가 그 빈자리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요.


저를 좋아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제가 기꺼이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잃을 기회에 맞닥뜨려서는   

그런 이들에게 연락해서 그 기회를 놓치는 게 무섭더라고요.


그렇게 오늘은

"가깝다"라는 의미에 대해서 

제가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는 이유에 대해서 반성하는 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사라면 지긋지긋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