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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May 30. 2022

이사라면 지긋지긋해

두달 사이에 다섯번!?

저는 초등학교 4개를 다녔어요. 전학을 아주 많이 했죠.

물론 우리 부모님은 군인이나 선생님처럼 자주 이사해야되는 직업을 가지시진 않았습니다.

되려 도망다니는 편의 삶이었죠.


중학교는 한 군데서 다녔지만, 이사는 매해 했어요.

고등학교때부터는 부모님이 그나마 한곳에 정착하셨죠.

물론 부모님의 정착과는 다르게, 저는 기숙사가 있는 대학을 갔습니다.

우리학교 기숙사는 반년에 한번, 그러니까 방학마다 방을 빼야했어요.

집으로 돌아갔다가 와야 하는 거죠.

대학원생활을 병행하기 시작한 3학년때부터는 방학에도 학교에 있어야 했으니,

자취방을 얻었어요.

여느 대학 자취방들이 그러하듯 열악한 환경에 비싼 월세를 내고 있었으니,

돈이 생길때마다 업그레이드를 한답시고 이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졸업과 동시에 잦은 이사를 하는 생활은 끝났으리라고 생각했어요.


학교가 있는 도시 A는, 제가 비정규직으로 첫취업했던 회사 B와 거리가 있었어요.

출퇴근은 무리가 있었죠.

학교에서 함께 룸메이트를 했던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B도시에서 첫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두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적어보았어요.

두달 사이에 아마 이사만 다섯번쯤 했거든요.


회사생활은 그럭저럭 할만했어요.

정규직 자리가 어디에도 뜨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면.

반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그 회사에 뜬 정규직 공고에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던 곳은 지사였고, 본사 정규직 자리에 지원을 했어요. 그리고 붙었죠.

본사는 도시 A에 있었죠.  

다행히 본사는 50평짜리 아파트를 여러명의 직원이 함께쓰는 기숙사로 제공하고 있었어요.


B도시에 계약한 원룸은 2년짜리였으니,

집주인분에게 "반년만에 나가서 미안하다. 월세와 복비는 내겠으니 방을 좀 내놔달라" 했죠.

그렇게 본사가 제공해준 기숙사 아파트로 다시 이사를 갑니다.


아, 계약직을 퇴사하고 본사 정규직으로 옮기는 거였기 때문에 잠시 본가를 들어갑니다.

본가는 C 도시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B 도시에 살다가, 짐을 빼 C 도시에 옮겨두고,

A 도시의 기숙사를 들어간거예요.


그랬는데, 제가 본사를 지원할 때 함께 지원했던 지금의 회사에서 붙었다고 연락을 주기 바로 전날..!

이미 한번 떨어진 회사니 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날!

집주인 분이 집이 나갔다는 연락을 주어서 보증금을 겨우 돌려받았죠.


그리고 다음날, 붙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또 하필이면 사택이 있는데, 입사자 수와 똑같은 수량의 사택은 아니라네요.

들어와서 제비뽑기를 해봐야 사택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알려준답니다.


뭐, 일단은 이 회사를 갈 거니까 

A 도시의 기숙사에서 짐을 빼 다시 C도시의 본가로 옮깁니다.

그리고는 홀홀단신으로 B도시에 다시 내려옵니다.

사택을 갈 수 있다면 하루 이틀정도는 찜질방에서도 잘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찜질방에서 자고 출근을 해서, 사택 제비뽑기를 신청했습니다.

그랬는데 세명 중에 두명 뽑는 제비뽑기가 똑 하고 떨어졌지 뭡니까.

제 운은 입사하는데 다 썼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원래 살던 집 집주인분에게 남은 방이 없는지를 문의했습니다.

저랑 제 앞집이 방을 동시에 내놨었거든요.

제가 살던 방이 조금 더 위치가 좋아서, 그 방이 더 먼저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앞집 방은 혹시 아직 있나요" 하고 문의를 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있다고 하네요. 

만날 시간을 알아봐달라고 커피숍에서 기다리던 중에,

사택을 보고 온 동기가 입주를 포기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사택으로 이사를 하게됬죠.


결국에는 안정적인 집으로 입주를 하는데, 

2개월 사이에만 5번 넘게 이사를 했으며

25년 인생에 셀 수 없는 집에 살아봤습니다.


집을 사기까지에는 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한번 해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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