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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Nov 20. 2022

세상 쓸데 없는 걱정

해결할 수 없는 걱정들

소위 알려진 명문고를 가면

소의 꼬리가 되어 내신을 못받을까봐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원도 해보지 않은 체로.

그래도 닭의 머리로 내신을 잘 받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마음으로 저울질 했다.


설령 꼬리였더라도

그 무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달리 있었을텐데..

그리고 지레짐작으로 내가 선두에 설 수 없다고 포기해버렸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아이는 3년 뒤에 고3이 되어

수시를 준비하다가

수능을 깔끔히 말아먹고 등급 컷에 걸려

붙어둔 수시도 떨어졌다.


재수를 할까를 고민하다

다시 또 벌어지지 않을 일들

가진 점수보다 더 떨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하다가

적당히 현실에 타협했다.


그 해 나온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가는 선택 말이다.


그런 패배의 마음은

내 선택의 순간들에 불쑥 불쑥 찾아온다.


졸업을 한 뒤에

여러 회사 중에 가고 싶은 기업에서 가장 늦게 공고가 떴다.

그 전에 뜬 공고들에 지원했었는데,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을 때까지도

가고 싶은 회사 공고는 뜨지 않았다.


내 생각에

내 실력이 충분해서 그 회사도, 원하는 회사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입사했다가 곧 이직하는 것이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만한 일이 아닌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이 업계에서 내 평판을 저울질 하는 수단이 될 것을 걱정했다.


그리고 그 회사를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가

붙길 마라며 면접은 가지 않은 채

가고 싶은 지금의 회사가 공고 띄우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원하는 회사로 입사는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의 내 고민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에도

나의 성찰에도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앞서 벌어질 일은 신이 아니니 당연히 알 수 없다.

결정했으면 받아들이고 나아가

닥치는 일들에 맞닥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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