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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Mar 21. 2022

같이 살아주어 고맙다

남편은 나와 닮은 점이 없는 사람이다.

둘이 앉아 "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취향도 지나온 길도 접점이 없을까?" 라며 갸우뚱하곤 한다.


남편은 5시부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고는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난 아침을 먹지 않는다.

남편은 아침을 꼭 챙겨먹는데, 나는 우유 한잔으로 지나가는 날이 많다.

점심에 이르러서는 끼니를 거른 내가 먼저 허기져하는데 남편은 아직 이른 식사일 때가 많은거다.


남편이 일어나 바로 식사를 하면 시간이 좀 맞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전날 저녁에 미리 밥상을 차려놓는 노력을 해본 적도 있었다.

갓 한 밥을 좋아하는 남편 취향에는 맞지 않는지, 영 먹질 않았다.

아침에 스스로 해먹는 갓지은 밥을 좋아하는데, 식탁을 채우는 동안의 달그락 소리에 내가 깰까봐 늘 식사가 늦었다.


여러모로 남편의 선택의 이유에는 내가 있었다.

그걸 깨달은 날은 내 생일이었다.


한참을 바쁜 한 달을 보내고 난 뒤라, 남편이 깜빡했다.

나는 으레 그러려니 했다.


원체도 생일을 챙기지 않는 편이었던데다가

남편이 바쁜 걸 피부로 느끼고 있었으니, 잊어버린데도 이상하지 않았다.


날짜는 잊어버렸으되, 내가 깰까봐 조심스레  일어나 아침을 보내다가 내가 일어나고 나서야 내가 마실 커피 한잔을 내려주었다.

오랜만에 같이 보내는 휴일이니 본인이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맛있는걸 같이 먹자고 했다.


매년 눈뜨자마자 축하한다고, 같이 살아줘 고맙다 말하던 걸 안하던 걸 보아 깜빡한게 분명했다.

뭐가 중요한가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를 몸으로 저리 실천해주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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