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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Mar 29. 2022

험담을 삼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오늘도 간질간질한 하루를 보냈어요.

봄바람에 마음이 살랑거리는 하루였다면 다행이겠지만,

뒷담화를 하고 싶은 마음을 삼켜서, 기침이 나오려는 간지러운 하루였지요.


제가 일하는 부서는 인원이 많지 않아요.

고작 여섯명이죠.

그래서 사수, 부사수로 이루어져서 둘씩 팀으로 각기 다른 업무를 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 주말에, 다른 쪽 팀에 있는 선임의 가족이 이번에 코로나에 걸렸다지 뭐예요.

그럴 수 있죠. 요즘같은 코로나 시국에 피해가는 건 어렵죠.

이런 시국에 당연히 부사수 분이 지원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분도 가정에 우환이 들어 재택근무가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우환이 있어서 아이를 돌봐야 하면 재택정도는 할 수도 있지요.

더군다나 부서장님께서 허락하신 일인걸요.


오늘 그분이 갑자기 당신의 업무와 관련된 일정이 화상회의로 잡혔다는 내용의 메일을

일언반구도 없이 보내시더라구요.



그리고, 그 일정을 담당하시는 분이 갑자기 자리로 오셔서는

저보고 대신 참석해달라고 하는거예요.


그분이 휴가 중이었다면 제가 지원했을 수도 있지요.

화상회의가 아니라 참석이 필요했다면 그럴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사전에 양해도 없이, 본인도 근무시간이고 참석에 제약도 없는데,

자신의 일을 미루는 그 행태가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요. 답답했어요.

그리고 험담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가득 차올랐어요.


하지만 마음을 이내 접었지요.



저는 그 분이 멀리 가지 못할 걸 알아요.

그 분의 그 행태는 이미 널리널리 알려져 있거든요.

제가 입을 한번 더 보태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는 데다가

목소리도 큰 분이라, 스스로도 소문을 내는 데 한 몫하고 계시죠.


 

제가 열심히 일하기도 하지만,

그 분이 일을 피하는데 아주 열심히이기도 해서

제가 하는 것에 비해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죠.



저는 그분을 끌어내리는 것도 관심이 없고,

그분이 스스로 자신을 끌어내려 저를 올려주는데 싫어할 이유도 없죠.


제가 험담을 하면,

그분을 더 끌어내리게 되고, 저도 제가 일한만큼만 평가받겠죠.

그럼 더 험담할 필요가 없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간질간질한 그 마음에서 그쳐야겠더라구요.



그래서 퇴근을 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키고

험담 없이 귀가했습니다.


네. 오늘도 잘 넘어졌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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