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자고 덤비는 상대에게
오늘은 그런 날이였어요.
베푼 호의가 고마움으로 돌아오지 않는 날이요.
물론, 상대방에게 베푼 호의는 아니었어요.
당사자는 제가 베푼 호의를 모를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사자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한시간이라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했어요.
그 정보를 들은 상대방은 화를 내었어요. 지금 나보고 숙제를 하라는 거라며.
저는 그가 그 일을 하지 않고 방치해서 문제가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몇차례에 걸쳐서 경고를 보내고 있었죠.
하지만 사고는 벌어졌고,
수습을 해야하는 과정에서는 왜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경위를 따져묻는 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벌어진 사고를 빨리 수습하기 위해 했던 전화였으므로,
상대가 내는 화에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렸다가
혹시라도 상대가 제 언성이 높아졌다고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차분하게 말했어요.
"하고 안하고는 선택이다.
어차피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당신이다.
당신이 더 오래 이 문제를 가지고 가든,
내 방법으로 가든 선택하시면 되는 문제다."
상대방은 무안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대꾸를 하지 않은게요.
저는 오늘도 배웠습니다.
상대가 진흙밭에 들어간다고 해서
제가 함께 뻘밭에서 멱살잡고 구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요.
오늘 저는 우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