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함을 치환하는 가치에 대하여
효용가치와 그 가치가 지속되는 시간에 비해 비용이 들어간 것을 사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명품백이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기지만요)
그 비용은 무지막지하게 비싸지만,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더러는 그 가치가 오르기도 하며
"가방"이라는 물건이 해야하는 일,
말하자면 물건을 수납하여 들고 다닐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거기에 들고다니는 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지 않아요?
하물며 좋은 식사는
배를 채워 에너지를 공급하는 효과라도 있기라도 하죠.
하지만 꽃은 좀 달라요.
저는 꽃이 정말이지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꽃은 그 향으로 후각을 만족시키고,
보기에 예쁘다는 가치 뿐이 없는데다가
화무십일홍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그 가치마저 사라지잖아요.
후리지아 한단을 살 때 비단 5천원도 안되는 돈이 쓰더라도,
그 짧은 시간에 냄새를 맡는데 사기 위해서는 큰 돈이라는 얘기가 오늘 꼭 하고 싶네요.
오늘 저는 지치는 하루를 보냈어요.
오늘 저녁만큼은 저에게 사치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올랐구요.
그래서 오늘을 후리지아를 한단 사서 귀가합니다.
제가 짧은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벌었다는 기분이 들도록.
오늘 넘어진 건 조금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작은 사치를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