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나요?
굳이 시간을 들여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은 날이요.
보통 내 시야를 차단할 수는 있지만
들리는 것까지는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저는 아주 놀래미라,
작은 파스락거림에도 놀라자빠지는 편이예요.
그래서 제가 노출되는 소음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죠.
이런 저는, 놀랍게도, 선천적으로 잘 들리지 않아요.
저는 장애로 등록할만큼 안들리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병원에서도 듣는 걸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아니면 일상에 불편함은 없을거라고 했죠.
하지만 불편함은 엄연히 존재해서
어렸을 때는 그게 늘 불만이었어요.
이런 불편함이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그런.
저와 같은 증상을 가졌던 다른 친구는
저보다도 청력이 좋지 않아 군대를 면제 받았다고 했고,
그 덕분에 자신감도 없어서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고 했었죠.
팀원들이 회의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어요.
알아서 도움될 것 보다야
걱정근심으로 작용할 것들이 더 많은 회의죠.
제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은 공유해주기도 하니,
귓등으로 들어야 할만한 것들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귓등으로 들려서 걱정근심하게 될 때면,
아 남들보다 적게 들리는데도 이렇게 근심하게 되는데
남들만큼 들릴 때는 오죽 신경을 쓰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함께 들어요.
그래서 요즘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반대쪽 귀만큼 마저 잘 들렸으면
얼마나 더 놀라고,
얼마나 더 사람과의 대화에서 에너지를 소진했을지 감이 안오거든요.
요즘은 평생을 제 결핍요소로 생각했던 청력이 처음으로 감사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