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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Jun 22. 2022

어설픈 데뷔전

멋드러지는 데뷔에는 실패했다.

저는 오늘 데뷔를 했습니다.

파티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여러번 주관해본 경험이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은 처음이라면 

여러번 가본 사람들이 좋은 파티를 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여러번 파티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준비를 했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추가로 사람들을 만나 채웠으며,

자신없는 부분들은 수업도 받았죠. 수업은 무려 3개월 쯤 받은 것 같네요.


파티 중에는 교감이 오고갔고,

누구 한 사람 언성 높이거나, 얼굴 붉힐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필요한 형태로 진행되었고, 다음 파티 일정까지도 잘 얘기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마지막 인사말로,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 한 켠에,

억울한 마음이 남아있었나봐요.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내가 하고 있다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열 수 없었다는.


그런 마음이 남아있으니,

아니, 그런 마음이 온통 자리잡고 있으니.

가식으로라도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없었나봐요.


초대한 손님들이 돌아가며

고맙다는 인사를 일일히 건낼 때,

발끝부터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데뷔전에 실패했습니다.

혼자 잘난맛에 준비하다가,

고마운 마음 하나 제대로 표현 못하는 바보가 되었어요.


파티 준비에 지친 몸을 가지고도

잠을 못이루고,

다음 파티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다짐을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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