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녕 제니스, 잘 있어 푸트라자야

by 사비나

관광객들이 푸트라자야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핑크모스크를 보기 위해서다. 압도적인 규모에 놀라고 딸기우유같은 달콤 상콤의 대명사 핑크빛에 감탄하게 된다. 꾸준한 인기에 핑크모스크는 언제나 인산인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단점도 있으니, 그건 바로 관람을 하기에 많은 인파로 다소 복잡하고 더운 날씨로 인해 오래 머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슬람 사원의 복장 규정에 의해, 시원한 차림으로 왔다면 긴 시간의 관람이 더욱 힘들어진다. 반바지나 민소매 복장 위에는 규정에 따라 우비같이 생긴 두툼하고도 길다란 그곳의 비치된 옷을 반드시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옷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 쓰자면 너무 더워져 얼른 그곳을 빠져나가고만 싶다.

하지만!

제니스 호텔에 묵게 된다면 핑크모스크를 편안하고 시원하게 침대에 누워 관람할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핑크모스크를 하루 중 언제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호수 위에는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호수 건너편에는 국왕의 별장도 발견할 수 있다.

처음 왔을 땐, 아! 여기가 부촌인가보다 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의 방문이다 보니 저 동네를 한 번 걸어보고 싶은 충동과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지 뭐!

조식 후,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호수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다 보니 익숙한 건축물이 보인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과 비슷하게 생긴 강철모스크다.

예전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바로 이 다리 위에서 강철모스크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었던 그 장소이다.


다리를 건너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견한 독특한 물건에서 이 곳 사람들의 자전거 라이더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호수변의 푸르른 나무와 알록달록 꽃들, 그리고 누구네 집 벨소리같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내가 가고자 한 동네에 금세 다다랐다.

그러다 문득 왕의 별장이 있는 동네의 집값은 어떻게 되지?라는 현실적인 궁금증이 생겼으니...

집집마다 실외수영장이 있었고 3층까지 지어진, 누가 봐도 부촌인 이 동네에 나도 한 번쯤 살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마침 동네 주민인 듯한 분이 있어 초면임에도 실례를 무릅쓰고 집값을 여쭈었다. 그 분은 곧바로 내게 되묻는다.

월세요, 매매요?

역시나 전세는 없나 보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시 호텔로 뚜벅뚜벅...


여기 온 후로 낮은 물가에 거듭 놀라고 있다.

예전에는 외식물가며 생필품 가격이 우리의 5분의 3정도라고 체감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절반 또는 그 이하가 되었다. 마트의 계란 한 판을 2000원대에도 살 수 있고 웬만한 곳 한 끼 식사가 음료를 포함해 싸게는 4000원에서 6000원 정도가 평균인 듯 하니 말이다.

집세도 상상 이하이기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가족과 함께 여행할 때와 달리 혼자가 되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외국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도 말레이시안들은 물론 중동의 오만 가족들과도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 그 대화들은 주로 내가 알고자 하는 정보 또는 그들이 나에게 궁금한 것들에 대한 답들이었다. 나의 영어 실력이 한참 모자라 깊은 정서를 교류할 수 없음에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그들과 주고받은 눈빛에 일주일이 풍요로웠다.


다음에도

푸트라자야의 마지막 밤은

제니스 호텔이 될 것 같다.

그 때도 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핑크모스크를 편안히 침대에 누워서 바라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