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왜 나를 부르느냐에 따라 이름은 다르게 들린다"
내가 살면서 내 이름을 몇 번이나 듣게 될까?
아마도 어릴 적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저 ‘이쪽 좀 보세요’ 정도의 의미로 불렸을 것이다.
친근한 호칭, 따뜻한 부름, 혹은 단순한 호명.
그런데 지금의 내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동동 씨, 이것 좀 해주세요.”
“동동아, 이것 좀 부탁해.”
“동동 씨, 이 프로젝트 이렇게 하는 거 맞죠?”
“동동 씨, 이거 좀 넘겨주시겠어요?”
“동동 씨... 동동 씨...!! @#$%^&”
회사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심지어 부모님보다 더 자주 내 이름이 불린다.
이제 내 이름은,
나를 부르는 말이 아니라
업무 지시의 트리거가 되어버렸다.
이름을 들을 때마다 몸이 움찔거리고,
가끔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엔 이 이름이 참 좋았다.
부모님이 정성껏 지어주신,
세상에서 가장 나다운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듣는 것조차 피하고 싶다.
그래서 상상해 봤다.
‘나는 지금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그러자 떠오른 이름.
집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동동아, 밥 먹어라!"
백수 아들을 부르는 소리.
… 생각해 보니,
그것도 또 다른 방식의 스트레스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깨달았다.
내 이름은,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르면 설레고,
싫어하는 사람이 부르면 불쾌하며,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부르면 그냥 스쳐간다.
내 이름은 그 자체로 다양한 얼굴을 가진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