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다시 걸어간다.
어느 날, 문득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어졌다.
잘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가끔은 그냥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근황 토크라는 게 다 그렇듯,
잘 지내는지, 결혼은 언제쯤인지,
월급은 어떤지, 직장생활은 어떤지.
건강이나 안부를 묻는 건 열개 중 한두 개 고,
나머지 여덟 아홉은 결국 직장 이야기였다.
시시콜콜한 일들을 나누다 친구가 말했다.
“야~ 나도 힘들어. 주 6일은 나도 한다ㅋㅋ”
나는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친구는 내 목소리나 말투에서
피로감 같은 걸 느낀 걸까.
그리고 친구는 또 이야기했다.
“나 부서 이동했어. 이직할 때 기획팀 경력이 더 좋잖아?”
나는 진심으로 축하했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는 늘 발전하려고 애쓰는구나.
나도 안주하지 말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구나.
그런데 친구가 덧붙였다.
“아, 근데 그냥 그 부서에 있었으면 편하게 일했을 텐데...
괜히 이렇게 한 건가 싶기도 해.”
그 말을 듣고 나는 말했다.
“네가 가는 길이 가장 쉬운 길이야~”
3초쯤 정적이 흐르고,
친구가 말했다.
“그런 명언은 어디서 들었대? 좋은데?”
“그게 무슨 명언이야 ㅋㅋ 방금 내가 한 건데 ㅋㅋ”
그렇게 우리는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그렇구나.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었고,
그 누구도 일부러 더 어려운 길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결국 내겐 가장 쉬운 길일지도.
내가 낸 걸음이기에,
나는 오늘도 그 길 위를 걷고 있다.
길은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신이 걷고 있는 그 길이,
당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쉬운 길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