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계간 익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Sep 24. 2019

조화

‘비빔밥식’도 있지만 ‘산적식’도 있다.

단체가 완벽하게 합을 이뤄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닌 프로 운동선수들도 합이 맞지 않으면 좋은 경기를 못 한다. 그래서 상대보다 조금은 부족해도 구성원이 똘똘 뭉쳐 상대를 이겨내는 것에 감동한다. 경기에서 뛰어난 선수 한 명이 화려한 기술로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경이롭지만 말이다. 사회를 이루며 사는 우리에게 조화는 늘 필요한 일이지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럴 것이다.


대학 생활에서 한 번은 꼭 하는 팀 발표 과제. 특히 교양 강의는 여러 학과 사람이 수강하다 보니 팀에도 다양한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목소리도 다양하다. 우리가 세운 리더는 열정적이었다. 빠른 결정과 독한 연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자기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랐다. 정해진 틀에서 새롭고 독특한 생각이 나오는 것은 돌발 변수라고 여겼던 걸까? 가끔 다른 아이디어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지만 꽉 막힌 사람이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결과는 무난했다.


하지만 독특한 장기를 가진 조원이 많았기에 그들의 능력을 조금씩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팀 발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충돌을 피하고자 묵묵히 따랐고 결과도 나쁘지 않아 다들 만족했다. 그래도 몇몇 조원이 아쉬워했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목표를 이루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 그게 조화의 법칙일 수 있다.


그런 모습은 생활의 한 부분인 식생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음식에서 조화를 생각한다면 비빔밥이 생각난다. 색색의 다양한 고명을 뽐내는 비빔밥은 재료를 뒤섞기 전까지는 아름답다. 하지만 조화를 외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를 하나로 평준화시킨다. 그릇에 담아 고추장으로 빨간 색깔을 입혀버린다. 고추장과 섞인 후엔 모두 빨갛게 물들어버린다. 더구나 맵고 짠 장맛이 강하다면 각자의 맛을 느끼기 더 어려워진다. 음식에서 조화를 ‘재료와 재료가 얼마나 잘 어울려 맛을 내는가’라고 한다면 비빔밥은 한데 모이긴 했지만, 재료 각자의 맛을 살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비빔밥과 조금 다른 조화 음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산적이다. 산적도 다양한 재료를 한 군데 모아 맛을 낸다. 알록달록한 색도 군침 돌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인의 매력을 존중한다. 그리고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하며 팀이란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고기를 충분히 음미하되 그 맛이 느껴질 때쯤 파가 달래준다. 또 다른 재료가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하나의 음식을 이루면서 각자의 풍미를 살린다. 그렇다고 다들 떨어져 있는가? 그렇지 않다. 꼬치라는 이음새가 모든 재료를 동일 선상에 위치시키고 질서를 조율한다.


조화라는 게 무엇일까? 단지 하나를 이루는 것을 말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릇에 넣고 고추장으로 덮어버리는 ‘비빔밥식 조화’가 진리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조화도 다양한 조화로 나눌 수 있고 그 차이는 한 끗이다. 한 팀을 생각하되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특기를 끌어내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이음줄로 엮어 전체를 이루되 각자의 장점으로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산적식 조화’. 선택은 자유지만 이런 조화도 좋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