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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ul 12. 2021

<바꿔줘! 홈즈>와 <구해줘! 홈즈>를 보고

새로 나온 프로그램이라고 말하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각종 영상 플랫폼과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이다. 이제 새로움이란 것은 강박으로 다가올 법하다. 완전한 새로움을 만들기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여기에 재미까지 있어야 하니. 차라리 잘된 프로그램을 조금만 비틀거나 파생시켜 만들어내는 것이 좋겠다. 방송가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스핀오프가 종종 나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MBC <바꿔줘! 홈즈>는 <구해줘! 홈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도전자들이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담긴 셀프 인테리어 홈키트를 이용해 제한된 시간 내 완성에 도전하는 구성이었다. 5회 파일럿 방송에 나쁘지 않은 시청률이었지만 정규로 전환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이 방송은 뿌리 격인 <구해줘! 홈즈>보다 끌리지 않았다.


스핀오프의 장점이자 기대되는 효과는 기존 프로그램의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백 퍼센트 끌어들이면 좋지만 <바꿔줘! 홈즈> 품을 시청자가 줄어버릴 수밖에 없다. 집을 구하는 것은 전체의 고민이지만 고치는 것은 전체의 고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에 순서가 있듯 집을 구해야 꾸밀 생각을 하지 집이 없는데 꾸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정보 예능 같지만 그다지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집, 구조, 재료 정보 이것은 유익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실질적 관심은 땅값에 있다. 이 예능은 판타지 자극 예능에 가깝다. 자금의 유무를 떠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집을 보여주며 나라면 어떤 집을 고를지 고민하고 선택하게 하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나라면 이 집을 산다, 가격이 좋다, 안 좋다.' 내가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이 재미는 다수를 충족시키는데 유효하다.


<바꿔줘! 홈즈>는 <구해줘! 홈즈>보다 다수를 즐겁게 하기 어렵다. 판타지와 선택사항이 부족하다. 집을 구하는 게 먼저인 시청자에게 집을 고치는 건 우선순위가 아니다. 거기에 특정한 한 곳, 남의 집이 고쳐지기에 시청자 본인에게 재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과거 <러브하우스>는 남의 집을 고쳐주지만 딱한 사정을 감동적인 결과로 바꿔주는 동화 같은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요소를 따라가면 <러브하우스 2>가 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 같다.


그래서 <바꿔줘! 홈즈>는 변별을 주고자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담긴 셀프 인테리어 홈키트를 이용한 남과 대결을 했다. 주어진 시간 내 완성 그리고 남과 대결. 대결을 펼친다면 대결의 정도도 신경 써야 하지만 대상도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편해야 하는 내 집으로 대결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행복보다 압박에 가깝다. 스스로 하는 ‘DIY족’, ‘집꾸족’들의 소소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다른 이들에게도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흥미를 주거나 (<러브하우스>의 아류가 될지 모르지만) 기존 전문가 출연진을 활용해 바꿔주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대결을 해야 한다면 전문가 출연진 간 대결을 보는 쪽으로 게임적 요소를 넣었다면 더 변화의 모습도 확실히 눈에 띄고 긴장감이 더했을 것이다.


도전자들이 집을 고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 모습, 그걸 보며 안타까워하는 전문가의 모습이 프로그램이 노렸던 웃음 포인트였을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도전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겠지만 시청자도 상응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승패가 갈린 뒤 패자의 집의 소품을 앗아가는 매정함을 보며 웃기기만 하지 않고 슬픈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MBC 예능답게 스핀오프 예능 또한 시대의 흐름을 잡아 콘텐츠로 만들어 냈다는 것, 비슷한 것 같지만 자기 색깔을 갖추려 했다는 것. 그래서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전통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예능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즐겁게 다가왔다. 더 나은 방송이 많이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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