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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ug 09. 2021

은은한 듯 진한 노스탤지어

추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은은한 듯 진한 노스탤지어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노스탤지어’는 내게 그다지 좋은 어감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문학 공부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노스탤지어는 작품 속 주인공이나 화자의 추억의 동네가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과거의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을 때 느끼는 때가 많았다. 당사자는 그리움과 아련함을 느꼈을지 몰라도 내게는 왠지 모르게 부정적인 분위기로 다가왔다. 아마 나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노스탤지어는 어감이 전혀 다르다. 복고 열풍의 영향인 것 같다. 요새 ‘레트로’는 다양한 곳에 사용하기 좋고 즐기는 소재다. 이 단어의 이미지가 바뀐 이유는 이를 활용할 때 끌어내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거시적으로 흘러간 사건과 사고, 시간을 되짚는다면 지금은 특정한, 개인의 이야기를 되짚는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나 영화 <건축학개론>은 학창 시절, 사랑이야기,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삐삐, 테이프 등)이 등장한다. 이런 작은 것들이 매개체가 되어 각자의 아련한 기억으로 몰입을 높인다.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던 사람일지라도 레트로라는 기록물이자 재구성물에 의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클래식


영화 <클래식>에서 지혜(손예진)가 엄마의 추억 속 여행을 떠난 것도 그럴 것이다. 지혜는 해외여행을 떠난 엄마의 상자를 청소 중 발견한다. 엄마의 상자를 보며 지혜는 엄마의 사랑을 경험한다.


손예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는 그곳에서 주희(손예진)에게 반한다. 주희와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하기도 하고 함께 소나기를 피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이기우)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준하는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조승우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금 봐도 설레는 남녀의 만남이었다. 지금은 대면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한 시대지만 영화 속 시대는 소통의 매개도 적을뿐더러 만나지 않으면 소식을 알 수 없는 때였다. 얼마나 더 보고 싶고 아련해질까? 데이트 방식도 신기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신선했다. 거짓말을 지금은 생소한 ‘공갈’이라고 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 외에도 오래된 문학책에서 볼 법한 단어 사용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일까? 항상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는 미화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정확한 사실을 기억해내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아마 과거의 기분과 분위기를 기억해내는 것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고통을 잠깐 잊게 하는 마취제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추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 수 있다. 정서적인 측면에 국한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워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가득하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도 당연히 미래에는 과거가 되어 돌아보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미화할 필요 없이 아름답게 하루하루가 흐르면 좋겠다. 그때도 노스탤지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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