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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Sep 24. 2019

정치는 부정적인가

허유세이는 중국 순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허유를 찾아갔으나 허유가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물에 귀를 씻었다는 고사다. 고사에도 나오듯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정치 현상 자체에 대한 것보다 정치인의 행태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정치는 부정적이지 않다. 정치(政治)는 잘못되거나 그르친 것을 올바르게 고치고 다스린다는 뜻을 지닌 한자로 구성되어있다. 잘못된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개선하는 정치도 나오기 마련이다. 정치는 순환과 재생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것도 단점은 있다. 잘못된 정치를 개선한 정치가 등장해도 그 정치에도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고 또다시 개선된 정치가 나온다. 그런 과정을 겪는 정치는 부정적인 존재라 할 수 없다. 


그리고 정치는 부정적이어선 안 된다. 정치에는 권력이 수반되어있기 때문이다. 남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 정치에 부정적으로 사용된다면 특정 층에만 권력이 몰리고 정치의 순환 없이 독점,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수의 합리를 위한 집단의 불합리를 일으킬 수 있다. 권력처럼 ‘일방향’의 모습을 갖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권위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시민사회가 권위와 합리성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구성 체제이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동체는 권력의 간섭에서 벗어날 힘을 가질 수 있다.


막스 베버가 말한 권위의 3가지 유형 중 이상적인 시민사회는 법적·합리적 행위를 갖추고 있는 사회다. 법적·합리적 행위는 법규화된 질서의 합법성에 의한 지배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인 계산 가능성에 의한 지배에 정당성을 제공해주는 힘이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시민사회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자율성이 부족하다.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봉건시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 경제를 입에만 달고 있다. 정치의 결정권이 국민에게는 없다. 선거에 참여하고 여러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가들은 귀를 닫는다.


대한민국은 카리스마적 행위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인적인 권위에 의한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힘, 어느 특정한 개인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의 지도자들을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은가. 국가 최고 지도자의 영향력에 법규화된 질서와 정당성이 없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을 말하고 있지만, 입법과 사법, 행정이 균등한 힘을 가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국민국가는 공동체이다. 공동체 내에서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공동체 구성원인 정치가들이 여전히 시민의 합리성을 무시한 채 행동하고 있다. 진정한 시민사회에서 정치가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정치의 뜻은 가려지고 계속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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