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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Dec 06. 2021

가정의 조화

네 자매 이야기

사랑하는 너는 알고 보니 내 배다른 동생이었어. 이런 반전의 드라마는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흔히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가 자주 사용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꼬이고 꼬인 가족사는 따뜻한 회복이 되기보다 애통의 감정과 얽히거나 피 튀는 복수 이야기와 얽힌다. 끝없이 환장하는 이야기보다는 담담하고 밋밋하더라도 다른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세 자매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살아서 만났다면 원망 섞인 말이라도 쏟아냈을지 모른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떠난 아버지와 그렇게 담담한 이별을 했다. 아버지가 남긴 것은 배다른 동생 스즈(히로세 스즈). 아버지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스즈를 낳고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또다시 새살림을 차렸다. 스즈는 그 집에서 살 아이였다. 세 자매는 스즈를 막내로 받아들여 네 자매로 살기로 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이렇게 이루어진 네 자매의 이야기다. 이런 경우도 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거나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잘못 만난다면 원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자매들의 유대 관계는 끈끈하다. 어른들은 서로를 탓하고 이것저것 참견하지만 이들은 “누구의 탓도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하며 서로를 다독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개인의 변화를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영화라면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족의 변화를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개인이든 하나의 사회든 처음부터 완전한 것은 없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결핍이나 약점을 메우며 점점 나아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불완전함이 있을 때 발전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나약함을 다른 이가 보완하고 나도 타인의 나약함을 보완한다. 그렇게 맞물리며 불완전함을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관계도 나아진다.



짠 음식을 먹으면 소금 농도를 낮추고자 하는 몸의 반응인지 물을 찾게 된다. 모든 일본 영화가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자극적인 우리나라 이야기에 지쳐있을 때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영화를 보게 되면 미묘하게 내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단조로운 것 같지만 잔잔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도 즐길 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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