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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an 13. 2022

기적의 기적 소리가 작게 들렸던 이유

그래도 돋보이는 박정민

2021년은 철도 관련 콘텐츠가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배우 손현주가 출연했던 MBC <손현주의 간이역>, 개그맨 박성호가 출연한 Smile TV <기차로>가 있었다. 영화도 있었다. 박정민 주연의 <기적>이 그렇다.

기적


이 영화는 나올 때부터 철도 관련 영화라고 홍보를 해서 그런지 회사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는데 사내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료 관람권을 받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가장 빠른 시간대 영화로 예약해 최대한 사람과 접촉을 줄이려 했다. 코로나와 아침 시간의 영향인지 혼자서 영화를 보게 되었고 상영관 하나를 혼자 이용하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준경(박정민)의 마을 밖을 오가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마을에 기차역이 없다. 왕복 5시간 통학 길을 오가며 준경은 꾸준히 청와대로 기차역 개설 청원 편지를 보낸다.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영화의 주된 이야기이자 영화 홍보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 속을 들여다보면 이게 주가 아닌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을의 불편함 때문에 역을 만들려 하는 것이 중심 이야기의 시작인데 비중 관리를 조금 어설프게 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실화 바탕이라는 말이 시선을 끌 만한 미끼임은 틀림없으나 이를 바탕으로 홍보하지 않더라도 됐을, 포장을 달리해도 좋았을 영화였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준경에게 관심을 보이는 라희(임윤아)와 풋풋한 연애 이야기, 준경의 누나 보경(이수경)과 이야기, 아버지 태윤(이성민)과 갈등 속 가족 결합, 알고 보니 수학 천재인 준경의 성공기까지. 전부 영화 제목인 기적에 부합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담긴 종합 선물세트로 받아들이면 마음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처음에 힘을 실으며 중심 이야기처럼 드러낸 기차역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큰 의미가 사라진다.


역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기적, 자기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기적 모두 챙기려 하다 보니 여운이 덜해진다. 과연 어떤 것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알고 보니 전부다 기적이었다고 말하기엔 더한 감동을 기다리는 이를 오히려 허망하게 만든다. 모든 이야기를 단단히 전하기에는 시간이 짧고 그렇다고 시리즈로는 전혀 나올 수는 없는 영화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이 영화의 장점은 마음 놓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장면이 있어 어떤 이는 허망할지도 모르지만, 클리셰가 다분해서 더 감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부분이 많다. 준경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누나라고 불리는 보경의 정체. 시험을 포기한 준경이 우여곡절 끝에 시험장에 가는 장면 등은 ‘역시 그렇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생각이 틀렸다면 오히려 당황스러울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 영화 <철도원>처럼 온전히 철도의 모습을 온전히 담되 여러 이야기가 곁가지로 담겨 있을 거라는 예상과 기대가 은연중에 있었던 걸까. 영화 <기적>은 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홍보와는 다르게 이도 저도 아니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감동보다 아쉬움이 조금 더 남았다.



나는 배우 박정민의 영화 선택을 좋아한다. 훌륭한 연기력으로 맡는 배역마다 잘 소화하는 것은 물론 역할을 편협하게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 경력과 호평을 받는 다른 배우라면 항상 성공 가능성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 속 멋있고 진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정민은 늘 다양한 역할을 선택한다. <기적>이나 이전의 필모그래피를 보더라도 박정민의 영화를 보는 눈은 흥행보다 다양한 역할에 대한 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훌륭한 연기를 다양한 장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같아서 좋다. 흥행에서 더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박정민의 행보를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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