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Dec 21. 2021

혼자 놀기의 달인

고립과 소외일까? 창의력의 발현일까?

어린 시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공을 차고 놀거나 숨바꼭질, 술래잡기 같은 단체 놀이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냥 집에 홀로 남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놀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남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그 이상으로 나 혼자만 노는 시간도 너무 좋다.


혼자 하는 게임이 물릴 때는 혼자서 여럿의 역할을 도맡아 연기를 펼치며 놀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도 기행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묘한 쾌감과 미쳤나 싶은 민망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잘못된 건지 의문을 가질 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친구가 빌려준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가 하는 ‘시체놀이’를 보면서 그랬다. 짱구는 지금 생각하면 미래를 예견한 선구자일지도 모른다. 시체놀이는 일종의  ‘멍때리기’ 같은 행위에 가깝고 요즘 혼자 노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라 노는 문화와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혼자 노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온종일 인터넷, 휴대전화, 텔레비전 등을 이용해도 시간이 간다. 더 나아가 어떤 이는 자신만의 노는 방법을 만들기도 한다. 특정 장소에 나타나는 사람 수, 밥그릇에 있는 밥알 등 평소에 세지 않았던 것들의 수를 세거나 역할 놀이, 분장 등 떠나 이제는 혼자서 춤이나 콩트를 영상으로 남기기도 하고 자신만의 방송을 제작하기도 한다. 


뻔한 분석일지도 모르지만 통신의 발달이 이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빠르고 넓게 공유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과거의 혼자 노는 것은 나만의 기행, 일탈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의 놀이를 인터넷과 SNS에 올리고 사람들이 반응한다. ‘관심 종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것은 요즘 생겨나는 기질은 아닐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그런 기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드러낼 수단과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다. 예전만 해도 더 가학적이고 기상천외한 사형 방법도 있었는데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더욱 상상력이 풍부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엽기적인 일들을 했을지도 모른다.


통신이 발달했다고 소통이 증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소식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더 줄어들기도 한다. 현실에서의 만남보다 가상에서 만남이 지속되면서 정보와 정보의 교류는 빨라져도 직접 대면에서 얻을 수 있는 감정 같은 부가적인 것의 교류는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소외 현상을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혼자 노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 사람의 생각과 취향은 누구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모여 공동체가 형성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혼자 노는 것이 아닌 같이 노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전 세대들이 놀이터나 운동장에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듯 공동체를 형성하는 새로운 방법이 마련될 수도 있는 것이고 새로운 놀이 문화가 계속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세를 타면 돈까지 벌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혼자 노는 것이 자신의 욕구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생산 활동도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 이를 그른 것으로 판단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의문을 만들지도 모른다.


혼자 놀기의 달인들은 자신의 놀이를 즐겨라. 혼자만 즐기고 싶다면 그렇게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보여줘라. 함께하는 이들이 생기고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 살 기회까지 주어진다면 더 즐거운 재미를 찾아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설레게 했던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