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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an 17. 2022

회사 때문에 작은 웃음을 얻는 순간

노동요 - 철도 인생

회사가 맨날 딱딱하면 얼마나 답답하고 재미없을까. 일할 맛이 떨어지면 안 그래도 힘든 일이 더 힘들다. 재미로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가 있어야 일할 맛이 난다. 회사 일에 너무 물들어버린 탓일까. 회사의 영향으로 행한 내 행동 때문에 작은 웃음을 얻는 순간이 있다.


<직업병의 발병>

나는 차가운 사람이다. 남을 잘 돕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먼저 움직여 돕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돕고 있는 나를 인식하면 자기 전 이불을 걷어찰 정도다.


연예인들이 일없는 날 자기 정체 숨기며 돌아다니는 것처럼 나도 웬만하면 일을 쉬는 날은 온전히 나와 내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 쉬는 날이더라도 역에 있게 되면 누군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빨리 도와야 갑갑한 마음이 풀린다. 카드 찍는 것을 잘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타는 데 찍지 말고 나가는 데 찍으라며 알려준다. 길을 몰라 헤매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길을 알려준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게 낯선 사람이 말 걸면 부담스러운데 남도 그렇지 않을까. 이게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새 나는 직원 아닌 척 옷 입고 행세하는데도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고객님’이라고 부를까 봐 항상 조심하고 있다.


<너의 직위는>

지금 회사에서 내 직위는 대리다. 친한 사이나 나이나 경력 차가 많이 나는 사람이 나를 부를 때 이름만 불리기도 하지만 보통 회사 직원이 나를 부를 때는 직위로 부르는 때가 많다. 군대에 있을 때나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이렇게 불렀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주임, 대리, 과장 등 직위를 듣는 것도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그렇다. 승진 시기에는 많은 이의 직위가 바뀌는데 과거 직위에 익숙해서 실수할 때가 많다.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여러 이유로 종종 말이 헛나올 때가 있다. (보통 바빠서 정신없을 때가 가장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같이 일하는 여자 과장님 중 나이 차이가 크게 안 나는 분이 계시는데 유실물 신고 접수가 많아 바쁠 때였다. 전화를 급하게 여러 번 주고받고 있었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려 했던 걸까. 평소에 대리님이라고 부르던 과장님이 급한 목소리로 나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바쁜 와중에도 서로 피식 웃을 수밖에 없던 순간이었다. 대리와 도련님. ㄷ과 ㄹ. 초성이 같기에 헷갈렸던 걸까. 아니면 남편 동생 중 내 또래가 있던 걸까. 아저씨라고 소리 안 들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바쁘고 심각한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미지 때문에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교회에 다닌다. 그래서 목사님, 전도사님 등이 일반 사람보다 입에 배어있다. 그래서 같이 근무한 역장님을 실수로 목사님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역장님이 역에서 가장 직위가 높으신 분이고 목사님이 교회에서 가장 직위가 높으신 분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헷갈렸던 것 같다. 역장님이 워낙 인자하셨던 분이라 더 실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라고 안 불러서 다행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곳이 회사니, 감정싸움할 때도 있지만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곳도 회사다. 적어 놓은 일화 말고도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안 좋은 일보다는 좋은 일, 즐거운 일로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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