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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pr 04. 2022

색 잃은 <전지적 참견 시점>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주말 예능임에도 3~5%의 만족스럽지 않은 시청률을 이어나가고 있다. 시청률 10%를 넘는 예능 프로그램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요즘, 2030 시청률 같은 특정 연령층에 대한 시청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중적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전체 시청률도 여전히 주목해야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새롭다’는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선함은 익숙함이 되어버리고 더 지나면 ‘구식’이 되어버린다. 전환이 빠른 방송가에 햇수로 4년 차에 접어든 <전지적 참견 시점>은 오래된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구식이라고만 하기는 여타 관찰 예능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새로운 관찰 각도를 보여준 예능이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소설의 시점 중 전지적 작가 시점이 서술자가 작품 밖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것처럼 출연자가 전체적으로 참견한다는 것이다.


소설의 시점은 대개 1인칭 주인공, 1인칭 관찰자, 3인칭 관찰자, 전지적 작가 시점 총 4개로 나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화자가 주인공이며 사건의 중심인 것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주인공 외 다른 인물이 주인공을 관찰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작품 밖의 서술자가 주관을 배제하고 관찰자의 시점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을 서술하는 것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시점이라고도 하는데 작가가 전지적으로 인물의 내면이나 인물 간의 관계, 과거나 미래의 사건 등을 전부 파악하여 서술하는 것이다.


보통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1인칭에 머물거나 3인칭 관찰자 시점까지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영상 속의 내가 주인공이 되고 다른 인물들이 이를 같이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데 그친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은 모든 시점이 포함된다. 연예인과 매니저가 영상 속 주인공이 되고(1인칭 주인공 시점) 영상 속 매니저가 주인공을 관찰한다(1인칭 관찰자 시점). 참견인(3인칭 관찰자 시점)과 영상 속 주인공이 자신과 매니저를 관찰한다(전지적 작가 시점).


다방면의 관찰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포착하는 재미가 있고 다방면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하나의 관찰에서 쭉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찰에 관찰을 얹고 또 다른 관찰을 얹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 관찰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만의 눈에 띄는 차별점이었다.


이를 극대화했던 것은 여러 삶의 다채로움이었다. 연예인의 삶은 소재와 주제만 다를 뿐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 쉬운 이야기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예인의 편의를 위해 돕는 매니저가 아닌 인간으로서 매니저의 다양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초창기 매니저들은 각양각색이다. 꽤 오랜 경력을 쌓았지만, 관리가 어렵고 기피 대상인 연예인 이영자와 일하는 매니저, 군대에서의 인연을 바탕으로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내는 유병재의 매니저, 사회 초년생이자 신입인 박성광 매니저의 초보 탈출기 등 평소 보지 못했던 연예인들의 일상 모습은 물론 매니저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각자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받았던 것은 ‘먹방’이다. ‘영자 미식회’라는 이름으로 이영자의 맛집 탐방이 대박 난 것이다. 휴게소 음식이 주목받고 멈추지 않는 식성과 관련된 사진, 영상이 돌면서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목도가 떨어지고 소재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관찰 예능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모든 예능이 그렇지만 특히 한계가 명확한 관찰 예능은 100%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지만, 완전히 포맷을 바꿔버리지 않는 한 새로움을 찾을 방법의 폭이 좁아진다. 관찰 대상으로 오래 활용했던 이영자, 유병재는 이미 전현무, 송은이, 양세형처럼 참견인이 된 지 오래다. 먹방 요소를 유지하려 하지만 이영자를 활용한 콘텐츠는 소모된 지 오래고 홍현희가 이어받았으나 이영자만큼의 화제성은 없다.


이때 대개 눈길을 끌기 위해 힘쓰는 것이 출연자 섭외다. 지금 <전지적 참견 시점>은 새로운 출연자를 찾기 바쁘다. 참 견인들이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문제는 그럴수록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요소가 사라지만 재미가 떨어진다. <전지적 참견 시점> 이후로 영상을 보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패턴은 필수적 요소처럼 굳어버렸다. 다른 관찰 예능과 차이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 <전지적 참견 시점>은 방송 시간만 다르지 <나 혼자 산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다. <나 혼자 산다> 매니저 출연 버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문제이기도 하다.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는데 어느샌가 연예인의 자기 자랑하는 방송이 되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여러 시각을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방송이었는데 이 또한 연예인의 자기 자랑하는 방송이 되었다. 매니저가 등장한다지만 매니저와 연예인의 모습이 단편적이다. “우리 연예인은 나한테 잘해줘요”를 매번 홍보하는 것 같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순간은 신선할 수 있지만, 매력적이라 하기 어렵다.


결국, 폐지나 리부트가 답일 수도 있지만, 그 결정도 섣불리 할 순 없다. 아주 잘 나간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망했다고도 할 순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지금 자리 잡고 있는 시간대를 망치면 손해니까. 어떻게든 계속 이끌고 가겠지만 이번 설날이나 길게는 추석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한번 던져보고 반응이 괜찮으면 폐지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거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지금 MBC는 많은 관찰 예능을 만들고 있다. 1인 가구 관찰하는 <나 혼자 산다>부터 무인도 생활을 관찰하는 <안 싸우면 다행이야>, 연예인과 매니저를 관찰하는 <전지적 참견 시점>, 형제자매를 관찰하는 <호적 메이트>까지. 안타까운 것은 다루는 소재만 조금씩 다를 뿐 서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관찰 예능프로그램 흥행을 일으켰다지만 여전히 고 있는 노래 예능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그것에만 얽매이고 있다. 하루빨리 그 굴레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참신한 예능을 많이 만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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