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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pr 25. 2022

<나는 SOLO> 감상기

강렬한 맛의 계피 사탕

연애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과거 유행했던 연애 프로그램은 단순 연예인의 커플 선정 및 게임으로 이루어진 버라이어티였던 예능이었다. 하지만 채널A <하트 시그널> 이후로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은 일반인 남녀의 감정 교류를 깊이 보여주며 시청자가 단순 유희가 아닌 공감의 대상으로 보게끔 했다. 지금은 젊은 남녀만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남녀(체인지 데이즈) 헤어진 남녀(환승연애), 이혼 남녀(돌싱글즈), 연애를 활용한 게임(러브캐처) 등 다양한 상황의 사람들이 출연해 단순했던 연애 프로그램 소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트렌드를 좇는 동시에 차별점을 두려 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소재의 변형 없이 고전적인 짝짓기를 보여주는 방송이 있다. SBS Plus와 NQQ에서 방영 중인 <나는 SOLO>다.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이라는 이 방송은 과거 예능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웠고 다양한 일반인의 출연으로 주목받던 <짝>의 PD가 제작하는 방송이다. 편집과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 감정 노출과 이미지 메이킹이 되는 여타 방송과 다르게 이 방송은 남녀의 구애(특히 남성)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 인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심히 말하면 처절해 보일 정도다.


<나는 SOLO>는 <짝>과 구성과 진행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관찰자인 스튜디오 MC(데프콘, 이이경, 송해나)가 등장해 관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차별화한다. 농담 섞인 이들의 관전은 너무 진지해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일반인의 연애를 조금 가볍게 무마한다. 그렇다고 방송 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출연, 그리고 그들의 구애는 여타 연애 프로그램보다 더 사실적이다. 인지, 인정하지 못할 뿐 우리의 삶 속 연애도 그들과 같을 것이다. 참가자는 유튜버, 쇼핑몰, 식당, 무속인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모인다. 진짜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닌 자기 홍보 등 다른 목적으로 참여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아무리 연애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도 티가 나는데 이 방송은 참가자 모두 ‘연애<홍보’보다 ‘연애>홍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구애를 칼 같이 거절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가 방송을 의심이 아닌 진심으로 보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이 방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생생하게 드러나는 연애 과정 때문이 아니다. 별의별 사람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항상 실제 만나기 힘들 것 같은 외모의 사람만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성격도 다양하다는 말이 약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기수별 성격이 구별될 정도로 다르다. 불구경, 싸움 구경 버금갈 정도로 재미있는 것이 사람 구경이다.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데 또 연애까지 한다. 연애 프로그램이 과거부터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구경에 대한 욕구와 여기서 보이는 상황과 감정교류에서 얻는 공감 때문이다. 특히 이 방송은 어찌 보면 연애 프로그램보다 관찰, 탐사 프로그램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집요하게 사람을 포착한다. 일반인이기에 나를 투영하기 쉽다. 그래서 일부러 더 포장하지 않는다. 이 방송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날 것의 맛은 새로워 보이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가 크다. 모든 사람이 검증되지 않았고 그만큼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정제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사례가 나왔듯 좋게 말하면 화제 나쁘게 말하면 논란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빌런'이라 불리는 이들은 분명 누가 봐도 눈에 띄거나 문제가 될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송의 방식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특정 인물과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왜곡과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SOLO> 출연자들은 일반인이기에 더 보호받기 어려운 존재다. 대중이 빨리 잊을 수 있지만, 대중은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 화제가 되는 순간의 반응에 일반인 출연자가 받을 충격은 연예인보다 클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더 놀림 대상이 되기 쉽고 이런 상황에 익숙지 않아 더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가감 없이 보이는 것은 솔직한 것이지만 그게 과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폭력이 될 수 있고 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연애 프로그램 중 인기와 충격이 가히 최고라고 할 순 없지만 <나는 SOLO>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조금씩 화제성을 얻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방송이 주는 강렬함은 쉽게 지울 수 없다. 마치 직접 보지 않은 채 큰 봉지 안에 손을 넣어 사탕을 고르고 입에 넣고 충격적인 맛을 봤을 때처럼. 연애 프로그램은 진짜 당에서 나오는 달콤함이든 인위적으로 만든 달콤함이든 특유의 맛이 있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들을 과일 향이 진하게 나지 않지만 달콤한 맛이 있는 ‘츄파춥스’라고 한다면 <나는 SOLO>는 사탕 종합 선물세트에 들어 있는 ‘계피맛 사탕’ 같다. 커피나 추로스 등에서 느끼는 시나몬이 아닌 달콤함은 적고 농축시켜놓은 계피 향이 가득해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그런 사탕 말이다. 언젠가는 끝까지 머금지 못하고 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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