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V를 켰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Oct 03. 2022

우리나라 방송은 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바나나 현상은 자신과 주변 상황에 악영향을 줄 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맹목적인 믿음은 TV에 대한 의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방송의 파급력 때문에 다루기 어려워하고 문제가 일어날 거로 단정 짓는 소재들이 있다. 그중 ‘성’은 우리나라 방송에서 논란이 일어나기 쉬운 대표적 소재다.


성은 2000년대 전만 하더라도 쉽게 꺼내기 힘든 소재였고 대화 주제였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 미디어뿐만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 SNS에서도 민망함을 무릅쓰고 말하는 분위기로 변화했고 점점 당당하게, 심지어 가벼운 농담거리로도 사용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성, ‘Sex’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하는 데도 사용되지만,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욕구 충족과 자손 번식으로 가족을 이루게 한다. 사회적으로는 부부라는 남자와 여자 결합의 매개체가 된다. 성은 인간사회를 지속시키는 고리의 구실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새로운 생명의 탄생, 사회 유지를 이룬다는 점에서 성은 아름다운 것이다. 성적 매력을 뜻하는 ‘Sexy’는 이후에 생각할 파생되는 단어다. 


대한민국은 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선정성과 보수성의 속에서 저울질 중이다. 우리는 성을 다루기 부끄럽고 보수적으로 봐야 하는 소재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방송은 성을 욕구 충족의 매개체로 이용한다. 미디어는 성의 아름다움보다 쾌락을 부각한다. 연예인들이 성적 매력을 뽐내고, 농도 짙은 성적 농담이 넘친다. 웃음과 눈요기로 사용되는 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고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을 넘지 않는 재치 있는 ‘섹드립’이라는 농담이 미디어나 사회에서 분위기를 풀어가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했고 보수적이었고 교육에도 미숙했기에 발생한 부작용들이 사회 문제로 드러난 적이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분위기에 사회가 조신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성을 가볍게 보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하룻밤 사랑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됐고 보수적인 이들은 ‘유교 걸, 유교 보이’로 불리고 있다. 이는 별칭이기도 하나 놀림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치관의 차이를 융통성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문제다. 성에 관련된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감을 가진 이들은 답답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성범죄 증가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나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성 관념이 더 빨리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그렇다고 관련 문제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생각으로 소홀히 다루고 감추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유지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미디어는 성을 정면으로 내세워 문제를 예방하는 네덜란드 방송의 구성과 방향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BNN은 2005년에 <Spuiten en slikken>을 처음 방영했다. 이 방송은 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출연자의 노출도 성적 매력 발산을 위한 게 아닌 성적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방송은 ‘방송에 나온 것을 해라’가 아닌 ‘네가 자유로운 만큼 스스로 책임져라’를 말했다. 이 방송 때문에 성적인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UN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성범죄율은 9.48%로 전 세계 최하위에 있다.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인식은 욕구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성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고, 다루려 하지 않았다. JTBC <마녀사냥>이라는 방송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방송이 있엇고 이 방송이 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성 간 관계의 관련된 성을 다루고 이를 자유분방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끈 것까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빙산의 일각만 다룬 것이다.  성 관련 문제를 방지하고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 성에 대한 소재는 다양한 요소가 꾸준히 다뤄져야 한다. 처음부터 BNN의 방송처럼 과감히 다루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성에 관대했던 네덜란드와 달리 사회적 정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네덜란드처럼 다룬다고 해도 흥미를 끌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역사와 사회구조가 얽힌 인식과 정서를 짧은 시간 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성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한정 두지 말고 포괄적으로 생각해 성의 근본적 기능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지 의미를 찾게 도와야 한다. 이에 성공한다면 성은 충동과 문제를 유발하는 매개가 아닌 우리 삶의 일부,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은 변화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SOLO> 감상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