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뭉쳐야 찬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서 다른 스포츠를 활용한 예능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새로운 예능을 만들되 검증된 소재를 활용해 성공하고자 한 방송국과 예능을 통해 많은 사람이 그 종목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스포츠 업계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예능만큼 안정권 궤도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종목 자체의 인기와 종목에 대한 대중의 이해, 예능의 구성과 재미 등 다양한 요소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논한다면 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관중 입장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선수와 구단의 음주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올해 프로야구 40주년을 맞이하면서 팬을 비롯한 대중의 식은 관심을 이끌기 위해 노력 중인데 야구를 방송에 활용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농구 선수 허재와 그의 아들들이 각종 예능에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22년에만 MBN <빽 투 더 그라운드>, KBS1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 JTBC <최강야구> 등 야구 프로그램이 세 개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들을 비교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며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레전드 스타들의 화려한 복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은퇴 번복> 버라이어티
<뭉쳐야 찬다>의 야구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능적 요소가 가장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이 방송은 스포츠를 활용한 예능이 초반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스포츠 예능은 예능이라도 진중함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예능과 스포츠의 비중 조절을 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우선 은퇴 선수로 팀을 구성했으나 은퇴한 지 오래된 선수들이 많아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그들의 실수를 재미 요소로 잡았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으나 갑작스럽게 방송이 종영했다) 윤현민, 김환 등 선수 출신 연예인도 출연했는데 트라이아웃에서 더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 다른 선수들이 있었음에도 이들을 택한 것은 의아했다. (이들도 사연이 있었으나 모든 지원자의 사연은 다 절실함이 있었다) 화제성과 대중성을 위해 이들을 택한 것 같지만 급한 방송 종영이 이를 무색하게 했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중계를 맡았지만, 전문 중계진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야구 경기가 중심 내용이지만 경기 중간마다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것은 선수의 당시 심정 같은 경기 외적인 요소를 바로 알 수 있어 좋았지만, 경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어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면 구성이었다. 부족한 경기력으로 인한 부족한 박진감은 드론을 활용해 다양한 화면 구성으로 만회하려 했던 것 같다. <최강야구>와 경기로 협업을 한번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지만 비슷한 포맷이라 경쟁 때문에 종영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 방송이었다. 갑작스러운 종영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기에 아쉬운 방송이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최강야구와 협업이 가능하다면 두 팀 간 대결이 이루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야구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청춘들의 프로행을 도우며 재기의 기회와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도전의 의미와 진정성 있는 감동을 선사하는 프로그램
예전 KBS2에서 방영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야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 야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 드래프트에서 미 지명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훈련하고 프로 구단과 경기하고 트라이아웃에 지원하는 등 소속 선수들의 프로 진출을 돕기 위한 방송이다.
이 방송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예능적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이보다 선수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더 많다. 선수단 전원이 독립야구단 소속의 선수들이기에 김병현을 비롯한 코치진을 제외하면 유명한 사람이 별로 없다. 이들의 노력을 재미있게 그리는 것 자체가 예에 어긋나는 일이다. <빽 투 더 그라운드>와 반대로 스포츠로서 재미, 인간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잘 아는 이와 궁금해하는 이는 적을 것이다. 그래서 재미는 다른 야구 예능보다 떨어진다. 방송사와 시간대 모두 청춘 FC만큼 도움을 받지 못해 방송 자체의 화제성은 떨어지나 선수 수급이 필요한 프로 구단 사이에서는 눈여겨보는 방송이 될 수 있겠다.
좋았던 것은 확실한 방송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 라인을 정해놓고 제작했기에 혼란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음 선수 모집부터 마지막 프로구단 트라이아웃까지.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기와 선수 방출. 계획대로 차분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실제 중계방송에 가까운 화면 구성을 유지하는 방송이지만 박진감이 넘치거나 화제가 될 경기가 아니기에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선수들 각자의 고난, 노력 등이 조명되지만 감정 이입이 잘 안 되는 것이 이 방송의 약점이자 앞으로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또 제작된다면 해결해야 할 숙제다.
Win or Nothing.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상 최강의 야구팀이 탄생했다. “우리보다 최강인 팀은 절대 없을 겁니다” 프로야구팀에 대적할만한 11번째 구단 ‘최강 몬스터즈’와 전국의 야구 강팀이 펼치는 양보 없는 대결! 야구에 미친 자들의 모든 걸 건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빽 투 더 그라운드>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면 <최강야구>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은퇴한 지 5년이 넘어간 선수가 없고 선수단에 대학리그, 독립구단 선수들이 있어 조금은 박진감 넘치고 진지한 야구 경기가 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선수 시절 명성은 개인적으로 <빽 투 더 그라운드>에 출연한 선수들이 더 화려한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최강을 추구한다지만 은퇴 선수로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프로 야구와 아마추어 야구의 실력과 경험 차이가 드러나는 방송이기에 야구를 보는 사람이라면 구상할만한 최강의 팀으로 구성되진 않았다고 본다. <빽 투 더 그라운드> 제작 시기와 겹쳐 선수 모으는 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여기에 PD가 10패를 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해 선수들은 더 절실하게 경기할 수밖에 없다.
PD가 채널A <도시어부> PD였던 만큼 <도시어부> 야구 버전이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화면 편집이나 진행이 비슷하다. 다른 방송과 달리 중간 인터뷰 삽입을 최소화하고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경기 중 선수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담아 현실감을 더욱 줬다. 경기만 나오기에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은 다양한 음악 선곡과 화면 전개로 달래고 박진감을 더한다. 이전 예능으로 성공을 맛봤던 PD인 만큼 편집이나 자막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야구 중계를 봤다면 예측할 수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경기 장면(이를테면 단순한 플라이 아웃)도 길게 끌며 과장할 때가 있어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아직 화제성이 뚜렷하게 커 보이지 않고 야구팬이 시청하는 방송으로 여겨지는데 아마추어 구단과 시합을 하지만 프로 구단과 대결을 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유지와 반등이 달라질 것 같다.
스포츠인들이 대거 유입된 2010년 초중반 이후로 2020년대도 방송의 흥행과 그들의 활약에 따라 대거 유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를 활용한 방송을 비롯해 앞으로도 대중과 거리가 멀지 않고 경기 규칙이 그리 어렵지 않은 스포츠는 그 자체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종목이라 하더라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출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연기됐거나 예정된 스포츠 대회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이나 스타들의 건재함을 과신할 기회이자 매스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기회이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도 새로이 조명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종목의 활기 조성은 물론 자신들의 은퇴 후 삶의 방향도 구상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들을 보며 방송국은 조금은 수월하게 방송 제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의 흥행과 무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