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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Oct 17. 2022

예상을 넘지 못하는 결말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본 리얼리티 예능의 한계

OTT 티빙의 예능 프로그램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솔직하게 담아낸 새로운 리얼리티 예능이다. <나는 SOLO>, <돌싱글즈> 등 사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커플 매칭 예능, <동상이몽>, <살림남> 등 부부의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는 예능 등은 예전부터 있었고 최근에는 이혼한 이들을 보여주는 <우리 이혼 했어요> 같은 예능도 나오고 있지만 결혼 생활 중 이혼을 고민하는 예능은 한 번도 없었다. (결별을 고민하는 것으로는 <체인지 데이즈>가 먼저지만 출연자들의 관계는 혼인 관계가 아니다) 이제 이혼은 찾기 힘든 일이라고 하기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소재가 신선하다기보다는 최근의 상황을 잘 포착한 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을 고민하는 네 쌍의 부부는 ‘사이집’이라는 곳에서 각자 생활하며 자신, 자신의 배우자 그리고 자신의 부부 생활을 돌아보며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갈지 이혼할지를 고민한다. 부부는 소통의 부족, 경제적 문제, 남자의 행동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다툰다. 사이집이라는 공간은 흥미로운 요소다.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 목적은 좋았지만 그 목적에 맞게 활용하지 못했다. 사이집은 제2의 생활공간에 그쳤다. 부부는 한곳의 사이집에서 함께 살면서 그곳을 원래 살던 집과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부부 싸움의 장으로 만들었다. 싸우고 난 후 부부는 이혼 여부를 이성적으로 고민하기보다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부부의 충돌을 보며 이들의 실질적 문제를 파악하기보다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부부들의 서로를 향한 언성은 높고 거친 의견 충돌은 문제가 해결될 모습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에피소드 중 부부간 분노 게이지가 잠잠해지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절반 이상 이들이 보이는 모습은 죽어라 싸우는 모습이다. 마지막 예고까지 이들은 체념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시청자는 이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모습만 보고 혀를 찬다. (오히려 이때 결말을 예상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반전은 늘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종화에서 이들 모두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가기로 결정한다. 이들이 왜, 어떻게 결혼 생활 유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하기엔 전체 방송 중 화합하는 과정이 너무나 적었다. ‘사이식’이라는 결혼과 이혼을 선택하는 이벤트만으로는 시청자의 이해를 도울 수 없었다. 이혼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들 중 한 쌍 이상은 이혼을 선택하기를 바랐다. 결혼 생활을 괴로워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예상 못한 결과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예능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방송의 한계와 딜레마가 나온다. 화제성을 유지하고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다수가 기대하는, 그 이상의 모습(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싸우는 모습만이 아니다. 결말로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이혼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결합이 이루어질 실마리를 던져주는 리얼리티가 있어야 했는데 제작진은 너무 성의가 없었다. 물론 감정 몰입한 시청자의 뜻대로 방송을 만들어 갈 이유는 없다. 하지만 결혼을 선택하는 부부를 보며 ‘응?’하며 놀라는 패널에게 ‘사이집’ 거주 후 2주의 시간을 더 줬다는 설명으로 패널을 이해시켰다는 점은 허무했다. 이를 보는 시청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혼을 결정할 때 부부가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것 중 하나는 이혼 후의 삶이다. 혼자 살더라도 생활할 수 있는지, 아이가 있다면 양육의 책임과 부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 심각한 모습만 보여주기보다 공간의 특수성의 살렸다면 조금 다른 방송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사이집에 구조적 특성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작은 집에 부부를 따로 두고 두 집 사이에 폐쇄된 통로를 만들어 서로의 허락이 있어야만 문이 열린다는 규칙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서로 배우자의 부재를 인식하고 필요를 느끼는 모습, 입장을 바꿨을 때 느끼는 상대의 어려움, 배우자의 부재의 불편함, 배우자의 필요성, 이혼 후 자신의 자립 가능성 등 다양한 상황을 겪게 하며 혼자 생활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자신과 배우자, 부부 관계에 대해 돌아보고 진정한 소통을 시도하려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또한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저기압일 때 두 집 모두의 조명도 어두워지고 전기사용량에도 한계가 생겨 반드시 협의가 필요하게 사이집을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공간은 역할 부여 외에 디자인과 구조 활용, 장치 사용과 환경 설정 등의 방법으로 예능 콘텐츠에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면 출연자는 이혼은 더욱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시청자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상대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는 이유 말고도 방송에 출연한 부부들이 이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원래 사이가 좋았거나, 방송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두려웠거나 등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 부부싸움으로 인한 갈등은 쉽게 해결된다는데 정말 사이가 급속도로 호전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 커플은 대판 싸우더니 최종화에서 임신을 고백하며 좋아진 관계를 설명했다. 이렇게 되었다며 머쓱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는데 어이없음과 동시에 우리네 인생이 해프닝의 연속임을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참신하게 여겼던 방송이었지만 결말은 아쉬웠던 방송이었다. 다양한 결말을 볼 수 있는 외국의 리얼리티 방송처럼 소재가 새로웠던 만큼 결말도 우리나라 색깔에서 벗어났다면 그 여운이 오래 남았을 것 같다. 이제는 퀴어 소재까지 나오면서 어떤 소재가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그만큼 소재가 떨어진) 커플 예능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소재만이 아닌 결말로도 다양화할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과 별개로 민감할 수 있는 자신의 부부 생활을 그것도 자신을 드러내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어떻게든 부부 관계를 해결하고자 하려 했던 출연자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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