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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07. 2022

복면가왕의 성공 이유와 아쉬움

관찰 예능이라고 불리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개 집중하는 것은 ‘스타의 일상과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하지만 공통된 특징은 모두 보여줘도 가공돼 보인다는 것과 공개될수록 점점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연예인의 일상이 다 알려지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한다. 교체된 사람은 또 다른 유명인이다. 리얼 예능은 스타가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는 편견에 빠져있다. 한 사람의 이름값에 의존해 호기심을 유도하려고만 한다.


MBC <복면가왕>이 주목받았던 것은 이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각종 노래 예능이 등장하며 기시감과 거부감이 느껴질 무렵 조금의 변주로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장르가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니지만, 진짜 리얼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복면가왕의 핵심이자 다른 노래 예능과 차이는 얼굴을 가린 채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노래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닌 귀로 듣는 것이라는 본질을 새삼 다시 일깨웠다. 유명한 가수가 나와도 판정 때문에 떨어진다. 명성, 외모 등 모든 것을 배제하고 철저히 목소리로 승부를 보기에 편견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판정 이후 가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하는 시간에서 시청자는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다. 가면 속 인물을 예상해보지만, 전혀 다른 이가 등장한다. 이때 사람들은 환호하면서 허탈해한다. 이 허탈감은 편견의 결과다. 얼굴만 예쁠 것 같은 아이돌, 무명 연예인들의 자신을 드러냄으로 우리의 편견도 드러난다. 복면가왕은 편견의 실체를 밝혀 이를 유희의 요소로 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리얼한’ 목소리만으로 그 편견을 깨뜨려 무명의 출연자도 인정받게 했다.


이제 스타 섭외만이 흥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복면가왕은 선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출연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력자의 재출연은 물론 방송 공백이 있는 연예인들의 복귀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정체가 공개돼도 누구인지 어리둥절하고 그의 빼어난 실력을 조명하는 게 아닌 ‘역시 너였구나. 다시 만나 반갑고 앞으로 힘내자’라는 방식으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옛날 <무릎팍도사>가 '면죄부 도사'가 되고 SBS <힐링캠프>가 '면죄 캠프'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복면가왕은 오히려 숨겼음에도 리얼에 다가갔고 편견을 부쉈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색을 잃으며 다른 노래 예능은 물론 힐링 방송과 비슷해지고 있다. 


이 장수 예능의 포맷을 완전히 갈아엎는 것은 쉽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끌고 가는 것이 장점이자 많이 소모된 요소라면 빼어난 실력을 감상하는 것도 다른 복면가왕의 강점이었다. 이를 활용한다면 방송을 조금 더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명절에 듀엣을 이룬 가수로 대결을 펼쳤던 것처럼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 종종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정체가 알려져 이를 보는 재미는 떨어지겠지만 대결의 요소를 빼고 역대 가왕들로 콘서트를 구성해 편안히 빼어난 무대를 감상하는 것, 경쟁적 요소를 살려 가왕들로 왕중왕전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무명 연예인 출연 비중을 높여 유명 연예인과 대결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초창기에는 무명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며 정체가 공개될 때 판정단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쉽게 예상하는 때가 많아졌다. JTBC <싱어게인>이 이미 무명 가수들을 조명하는 방송이라 겹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가수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출연자의 폭을 넓히는 데는 가수가 아닌 연예인도 섭외하는 복면가왕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예능감이나 방송 경력이 부족해 재미없는 방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부작용이 될 수 있으나 신선함을 주기 위해서는 판정단과 시청자 모두 모르는 무명의 언더독이자 스타 탄생 같은 모습이 종종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옛날 록, 밴드 마니아나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만 알고 일반 대중에게는 인지도가 부족했던 국카스텐이 <나는 가수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것처럼 말이다. 


<복면가왕>은 똑같게만 느껴졌던 노래 예능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방송이었다. 그 색이 강한 만큼 다른 새로운 충격을 주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특색을 살린 새로운 방법을 마련해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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