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톡톡
마르지 않은 장작이 불이 잘 붙지 않듯
마르지 않은 풀은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뙤약볕 밑 고된 예초 작업으로 땀 마를 틈이 없었던 어느 날
늘 그렇듯 풀을 깎는데 땅에서 벌이 튀어나와 같이 일하던 이들과 헐레벌떡 도망쳤다.
벌은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놈들이 말로만 듣던 땅벌이었다.
풀을 깎지 않으면 혼나고 깎자니 땅벌에게 혼날 것 같은 상황 속 우리의 선택은 땅벌과의 전쟁이었다.
전세를 뒤집는 것은 전술이고 오래전부터 가장 강력했던 전술 중 하나는 화계였다.
우리는 벌집 주위에 라이터로 불을 피웠다. 불 때문에 땅벌들은 일망타진되었다.
하지만 이후 맞닥뜨린 문제는 ‘이 불을 어떻게 끄느냐’였다.
마른풀이었다면 산까지 불이 올라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튼실하니 잘 자란 풀은 물을 많이 머금고 있었고
왠지 모를 기분 좋은 향을 풍기며 불붙은 부분만 타고 멀리 퍼지지 않았다.
우리는 수통에 있는 물로 불을 쉽게 끌 수 있었다.
그때 불이 활활 타올랐다면. 상상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