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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Sep 13. 2022

우리나라 MCU의 재미

기시감을 날리는 주먹의 시원함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 제작에도 다양성이 생겼다. 현장 촬영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배경을 만들 수 있고 나이 든 배우를 젊어 보이게 만들 수도 있고 수많은 배우가 없어도 여러 인물이 나오게 만들 수도 있다.


마블 영화는 그 수혜를 본 영화 중 하나다. 원작이 만화였기에 이야기나 배경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힘든데 CG를 비롯한 여러 기술이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촬영 현장 사진을 보면 제작진뿐만 아니라 배우도 고생함을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촬영장에서 뭐가 보이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인 우리는 완성본을 보기 때문에 영화의 웅장함과 영상 효과에 감탄하지만,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중에 ‘현자 타임’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이런 기술 덕분에 영화 산업이 더 다양성 있게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가 보다. ‘팔콘’ 역할로 인기를 얻은 배우 앤서니 매키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인터뷰에서 공감되는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실베스터 스탤론, 아널드 슈워제네거, 톰 행크스 등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면 지금은 ‘엑스맨’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다. 스타 배우가 없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배우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기억하고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본다. 톰 홀랜드는 모르더라도 스파이더맨은 알고 사람들은 톰 홀랜드 영화가 아닌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영화를 본다. 캐릭터의 개성이 배우의 개성을 잡아먹는 현상이 점점 늘고 있다.


영화의 흥행으로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지만 관객의 기억에 전혀 남지 않는다는 것은 배우 입장에 허무한 일일 수 있다. 이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거의 영화가 그립기도 하다. 영화는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배우가 있어서 찾아본 영화. 작품성 따지지 않고 비슷한 내용 전개라도 재미있게 시간 보낼 수 있는 영화. 명절마다 찾아오는 성룡 영화, 액션 영화를 말하면 떠오르는 제이슨 스태덤 영화처럼 말이다. 요즘 그런 영화를 하는 배우가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마동석이다.



내가 마동석을 처음 본 영화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다. 이 영화에서 대사 하나 없이 힘을 뽐내다 전투에서 사라지는 조연이었음에도 (지금보다 덩치가 왜소했지만)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외모와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이후 다양한 영화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를 잘 살려왔다. 특히 <이웃 사람>에서는 정말 어깨 좀 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계속 같은 역할만 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마다 비슷하게 느껴지는 역할 때문에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이 나왔다.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이 역할은 마동석만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XXX의 영화’를 마동석이 만들고 있다. 마동석 영화의 특징은 주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잔인하고 공격적인 악역도 그 주먹에 추풍낙엽으로 쓰러진다. 예상되지만 보는 맛이 있다. 단순하지만 시원함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액션 영화와 차이를 찾아보면 마동석 영화는 처절한 난타전이 아닌 한 방으로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호리호리한 사람이 그렇게 하면 ‘쟤는 왜 저렇게 힘이 세?’라고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마동석이 그렇게 하면 바로 수긍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기대하게 된다. 상황을 질질 끌지 않게 만드는 깔끔한 주먹은 마동석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되었다. 


이런 모습이 할리우드에서도 인상적이었나 보다. MCU의 마동석은 진짜 MCU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터널스>라는 영화에서 마동석은 괴물까지 한 손으로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멋진 장면인데 왜 즐겁게 봤을까. 전 세계 영화 팬에게 ‘K-싸대기’의 매운맛을 보여줬기 때문일까. 



<범죄 도시>, <악인전>, <나쁜 녀석들>, <성난 황소> 등 역할만이 아니라 이야기도 비슷해 특정 영화의 후속작이 아닌지, 내가 봤던 영화는 아니었는지 혼란이 오기도 하고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동석이라는 인물이 장르가 되는 영화가 있다는 것, 시대의 흐름과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영화가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과거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특정 배우의 특정 영화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기에 오히려 마동석의 영화는 더 희소성이 있어 보인다. 답답한 기승전결과 어설픈 반전이 있는 영화보다 빈약하더라도 깔끔하고 시원하게 끝내는 영화를 관객은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비슷한 역할만 맡아서 마동석의 연기 스펙트럼이 좁아질까 우려되지만 ‘마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고 가장 최근 개봉한 <범죄 도시 2>는 천만 관객을 넘었을 정도니 내 쓸데없는 기우일 것 같다. 영화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망한 작품으로 만들어지거나 기시감을 넘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지겨움을 모든 대중이 느끼지 않는 한, 그리고 중간마다 조금씩 연기 변신을 꾀한다면 마동석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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