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은 올스타전
해외여행을 가면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전문 요리사가 만들어 준 것도 아니었지만 나중에 여행을 되돌아보면 그 음식이 기억에 남을 때가 많았다. 그때 배가 고팠기 때문에? 현지 분위기와 풍경을 느끼며 먹어서? 그곳 재료를 사용해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맛이 그리워 국내 현지 음식점에 찾아가 식사하면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2022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브로커>도 그랬다. 거장이라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을 맡았고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 내공 있는 배우들과 아이유라는 만능 연예인이 함께했기에 큰 기대로 볼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조연 배우를 보더라도 의기투합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유명한 배우가 많이 등장했다. 그래서 기대감이 배가 됐다. 하지만 영화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동수(강동원)는 소영(아이유)의 아이를 몰래 데려간다. 다시 아이를 찾으러 온 소영에게 두 사람은 속내를 털어놓고 이 세 사람은 아이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뒤쫓는다.
각자 놓고 보면 정말 좋은 재료지만 함께 섞었을 때 어울리지 않아서 그랬을까? 아무리 세계가 각자의 문화를 공유한다지만 우리나라에서 외국 음식, 건물 등을 보면 적응되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는 어딘가 어색함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영화의 흐름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끝까지 다 안 보고 초반만 봐도 얼추 그림이 그려지는 영화다. 뒤쫓다 놓치고, 감화되고, 동정하고, 도와주고. 기존 일본 영화의 동화 같은 감성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행하는 일이 불법이고 범죄라고 느껴져서인지 이들의 과거 어떤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따뜻하게 바라보기는 쉽지 않았다.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아이유의 연기였다. ‘발 연기’라 불리는 연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 다른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그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어떤 상황에 A라는 연기가 꼭 나와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를 펼쳤다. 다른 드라마 캐릭터가 겹쳐 보였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 나쁜 길에 빠져 벗어나지 못했을 때 이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지만 조금은 어색한 진행이 갸우뚱하게 했다. 아픔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순 있으나 왜 이들이 이렇게 모여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촘촘하게 진행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1절 부른 뒤 간주 점프하고 바로 2절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특히 중반 해진(임승수)의 등장이 그랬다. 감초 역할은 잘했지만 주인공 무리로 들어온 이 아이의 역할이 이해되지 않았다. 가족 구성을 위해 어린아이가 필요했던 걸까. 해진이란 이름이 배우 유해진을 떠올리게 해 재미있긴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번 영화를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일본 음식 장인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갔더니 손님이 한국인이라고 한국에서 재료를 공수했다고 자랑하며 특별히 된장찌개를 만들어준 느낌이었다. 근데 본인의 전문이 아닌 한국 음식을 일본식으로 만들어준다면? 아무리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는 해도 과연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유의 담백함과 잔잔함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브로커>는 기대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