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계간 익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Dec 30. 2019

윤택의 윤택을 기원하며

사람들의 저항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머리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보통 삭발이 떠오른다. 하지만 머리를 크게 부풀리는 아프로헤어도 저항의 방법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눈에 띄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의 머리 모양일지 모르지만, 흑인들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 파마를 했다고 한다. 조금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할 수 있었던 비폭력적인 표현 방법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아프로헤어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이 몇 있다. 과격하고 센 랩으로 유명했던 ‘데프콘’, 구리뱅뱅 ‘양동근’, 그리고 개그맨 ‘윤택’. 그중에서 윤택은 아직도 머리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미디어에서 밝힌 그의 삶과 활동을 짚어보면 머리에만 느낄 수 있는 저항이 삶의 순간마다 스며있었다. 나는 윤택을 저항의 아이콘으로 홀로 인정하며 ‘방송에서 만난’ 그의 인생을 돌아보고자 한다.


윤택이 말하는 학생 윤택은 방황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공부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했던 그가 열정을 가졌던 것은 체육이었다. <TV를 사랑을 싣고>에 출연했던 그의 학생기록부에 성적은 빼어나지 않더라도 검도부 활동만큼은 열심히 한다고 나올 정도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와 다른 일을 하게 된다. 방송에서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담담하게 보이는 이유는 누구보다 방황의 시기를 거칠게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윤택을 처음 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전성기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했던 때로 기억할 것이다. 여러 일을 전전하다 늦은 나이에 개그맨이 되었기에 타개책이 필요했을 터. 윤택은 특징 없는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 모양을 바꿨다. 머리뿐만 아니라 개그 스타일도 저항적이었다. 어눌하고 느린 권투 선수는 그의 대표 캐릭터다. 보통 복서를 떠올리면 재빠른 모습이 떠오른다. 윤택은 그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으로 만든 캐릭터와 개그 스타일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그는 여전히 저항 속에 살고 있다. 지금은 자연인을 만나 속세에 저항하면서 살고 있다. 윤택은 <나는 자연인이다>에 오랜 시간 출연했기에 자연에서 얻는 여러 불편함에 적응되어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으니. 독특한 자연인의 식생활을 체험해야 할 때다. 꼽등이가 들어있는 곤충 밥을 먹을 때처럼 쉽게 보기 어려운 특식을 자연인들이 먹을 때 당황스러워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심지어 잘 먹는 모습을 보이는데 가히 ‘준 자연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도 자연을 즐긴다고 한다.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캠핑 장비로 짧은 시간이라도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라디오 스타>에 나와 양만 보고 쉽게 풀의 이름을 맞추며 자연생활을 통해 생긴 지식도 뽐냈다. “자연이 자신을 바꿨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자연은 힘든 곳이 아닌 치유의 장소였나 보다.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윤택은 항상 저항과 함께였다. 삶에서, 개그에서, 방송에서. 치열했던 삶을 살아 냉정하고 마초 같은 성격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 많고 여려 마음고생 많이 했을 사람이다. 부모님을 이야기할 때, 자연인들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을 잘 챙겨주던 검도부 선생님을 찾아뵐 때 항상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인간미에서 윤택에게 마음이 간다. 부풀어 오른 그의 머리만큼 행복도 풍성하게 누리기를 바라며 윤택의 삶을 응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